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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공무원 집단 정치행동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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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 法 어기고 시류 따라서야

우리 역사를 되돌아 보면 수많은 어려움과 난관에 직면해 있을 때 국민에게 안도감과 슬기롭게 대처하는 여유를 보여주면서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았다. 그중에서도 공직사회가 단연 으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요즈음 일부 공무원들의 집단적 시국선언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조가 탄핵반대 입장을 밝혔고, 전국 시.군.구 소속 6급 이하 공무원이 주로 가입하고 있는 전국공무원노조가 민주노동당 지지를 결의했으며, 중앙부처와 시.도 소속 6급 이하 4만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도 탄핵반대를 표명했다.

오죽했으면 공무원들이 이렇게 뭉치고 나섰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와 관련된 법조항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와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활동의 금지) 및 헌법 제7조(공무원의 지위 책임 신분, 정치적 중립성) 등 법에서는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일부 공무원 단체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고 본다. 공무원은 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4.15 총선을 앞두고 묵묵히 선거준비와 공직사회의 건전함을 보여주고 있는 공무원들을 볼 때 끈끈한 동료애를 느끼기도 하고, 가끔은 공무원의 신분을 떠나 한 시민의 입장에서 나라 정세와 국정운영을 볼 때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에 전국공무원노조 등의 입장 표명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며 책임과 본분을 다하는 의무자임을 잊지 말고 공직사회의 힘과 저력을 보여줘야 한다.

방돈석 서울 성동구 성동구청

*** 정치 활동은 세계적 흐름

역사적으로 볼 때 특정 정파에 의한 엽관주의.정실인사 배격 차원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역대 정권은 공무원들을 동원해 정치운동 종사자를 체포.구금할 정도로 자율성과 중립성을 훼손했다. 즉 서구 사회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출발점이 특정세력의 정실.엽관 인사의 배제 차원에서였다면 우리나라는 정권의 일방적 하수인으로 전락해 3.15 부정선거와 같은 불법 선거를 자행한 것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권력에 의한 공무원의 조직적 선거개입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성숙된 시민사회에서 더 이상 공무원의 기계적 정치중립은 절대적.강제적 가치규범이 아니다. 정치적 중립은 상대적 가치며, 그것이 곧 정치발전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공무원은 공개적 후보지지 의사표시, 정치자금 기부행위, 특정정당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한다. 프랑스와 독일은 당원 가입도 가능하고 공직을 사직하지 않고도 출마가 가능하며 원칙적으로 정치활동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영국은 하위직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완전히 보장하고 있으며, 고위층 공무원조차 정당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것이 공무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준이며 흐름이다.

오늘날과 같이 국가정책이 정치적 엘리트보다는 행정관료에 의해 계도되는 빈도가 더욱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직자는 현대사회의 요구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는 주도력.진취적 정신.관리능력을 지녀야 한다. 공무원 노동자에게 기계적 정치중립이 아닌, 정치적 소신과 변동하는 사회가치 및 사회목표에 대응이 요구되는 것이다.

현재 공무원들은 정책 결정을 비롯한 모든 업무에 있어 엄정한 중립을 실현하고 있으며 따라서 법과 제도.지침에 의해 철저한 직업윤리로서의 공평성을 유지하고 있다.

서형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