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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현장 관찰] 7. 부산서 본 표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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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강경태 교수 신라대 국제관계학과

"한나라당 지지는 소수지만 결집도가 강하고, 열린우리당 지지는 다수지만 응집력이 약하다."

지난 4일 호프집을 운영하는 정진섭(40)씨는 부산의 선거 초반 민심을 이렇게 전했다.

한나라당은 졸지에 소수세력이 됐다. 하지만 전통적인 핵심 조직은 살아 움직이고 있다. 여론조사 상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한나라당보다 높다. 그러나 이 지지율이 투표날의 선택으로 이어질지는 가 봐야 안다. 1, 2위 간 불안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부산이다. 이곳이 정치적 고향인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00년 총선 때 盧대통령이 출마했던 부산 북-강서을을 찾아가 봤다. 당시 북-강서을은 호남지역당인 민주당의 영남 진출과 영남지역당인 한나라당의 방어 의지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곳이었다. 요미우리.아사히.니혼게자이 등 일본 최대 신문들이 노무현(당시 민주당).허태열(한나라당).문정수(민국당)후보를 집중적으로 인터뷰했다.

4년 뒤 오늘. 선거 열기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거리의 홍보 벽보도 없었다. 유세트럭이 번화가에 잠시 세워져 있으나 차만 있고 후보나 운동원들은 보이지 않았다.화명동 금정산 등산로 입구의 이발소와 금곡동 주공아파트 노인정에 들렀다. '노무현 효과'를 물어보았다. 노무현 효과는 이들에게 두가지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우선 지난 16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실패했으나 대선에서 당선된 盧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둘째는 20여일 전 탄핵정국으로 불기 시작한 반(反)한나라당 바람이 어느 정도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도움이 되느냐다.

필자가 만나 본 유권자들은 첫째 효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화명동 호프집의 정진섭 사장은 "盧대통령과 북-강서을 혹은 부산과의 인연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유리할 것이란 얘기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체감경기가 나쁜 속에서 밀어붙인 탄핵으로 반한나라당 정서가 휘몰아쳤다"고 했다. 한마디로 반(反)탄핵.비(非)노무현 흐름이다. 반탄핵이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을 높였다. 한나라당의 탄핵에 화를 내면서도 盧대통령에 대해 호감을 갖는 데는 인색한 것이다.

강서구 대저2동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30대 崔모씨 부부는 "盧대통령은 YS와 다르다. 盧대통령은 북-강서을에서 한번밖에 출마하지 않았다. 우리와 연관성이 없다"고 했다. 그들은 "하지만 盧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은 이번 선거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거여(巨與) 견제론'이 동정심을 얼마만큼 상쇄할지가 새로운 관심거리다.

결국 투표율이 변수다. 높은 투표율은 지지층이 넓은 열린우리당에 유리하고, 낮은 투표율은 지지층이 깊은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저2동에서 주차장을 관리하고 있는 50대의 서정숙.덕희씨 자매는 "후보 이름도 잘 몰라 누구를 찍어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투표는 아무튼 할 것"이라고 했다. 30% 가까운 부동층의 투표 참여와 선택이 부산의 승부를 가를 것 같다.

강경태 교수 신라대 국제관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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