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압둘라에 사우디국왕 國政이양-油價상승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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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리야드=외신종합]뇌졸중으로 투병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드 (75)국왕이 이복동생인 압둘라 왕세자(73)에게 국정운영권을이양키로 했다고 1일 발표했다.
파드국왕은 사우디TV와의 이례적인 회견에서 『건강상태가 호전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압둘라에게 왕정을 이양한다』고 선포함으로써 그동안 무성했던 후계자설을 매듭지었다.
지난해 11월 파드국왕의 와병 직후 왕위계승을 둘러싸고 압둘라와 국방장관인 술탄왕자간의 대권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에 압둘라의 승리로 끝나 압둘라 왕세자가 왕위에 오르면 술탄국방장관이 왕세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압둘라는 82년 왕세자로 책봉되기 전인 70년대부터 석유생산량을 줄여 유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인물인 만큼 그의 등장은 곧 세계 원유가격의 상승을 몰고올지도 모른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로 1일 파드국왕이 압둘라에게 권력을 넘겼다는 보도가 나오자 아시아에서는 2일 유가가 배럴당 24센트 상승했고 2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배럴당 18.60달러로 올랐다.
압둘라는 91년 걸프전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예산적자를 줄이고 예멘 등 걸프 인접국가들과의 관계개선에 가장 역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또 이슬람근본주의자들과 민주개혁을 요구하는 일부 지식인들의 압력을 어떻게 누그러뜨리느냐도 그가 해결해야할 또다른 과제다.
미국방부의 글린 데이비스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압둘라의 반미성향을 유의한 듯 『압둘라왕세자의 등극은 일시적인 것으로 이해한다』며 『그러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우호관계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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