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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입안의 패션이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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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 한번쯤 먹어보지 않았다고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 살면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인 미각의 호사를 포기해야할 뿐이다. 디저트 문화가 대중화될 수록 '최고급 디저트'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의 욕구는 불가능한 것까지 만족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일본의 디저트 장인이 한국을 찾았다. '케이크에 예술을 입힌다'는 요코다 히데오(50)에게 최근, 한가지 제안을 했다. '최상위 디저트를 이야기해보자.'

-디저트란 무엇인가.

"일본에서는 디저트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다. 케이크, 빵, 혹은 단 것 정도로 표현한다. 간식과 후식의 개념 구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프랑스식으로 음식을 다 먹고 나오는 것이 디저트다. 지금 얘기하는 디저트란 간식에 해당하는 단 것을 의미한다."

-최상위 디저트란 무엇인가.

"최상의 식재료를 이용해 최고의 기술로 만든 것을 말한다. 국내에 없는 재료는 수입을 해서라도 사용한다. 소금은 프랑스 개랑드 지역의 화산염을 공수하고, 녹차는 꼭 일본에서 가져온다. 푸딩의 계란은 중탕을 하고 같은 버터라도 입안에 들어갔을 때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주기 위해 온도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손님이 완성된 디저트를 상자에 담아가서 집에 도착해 먹게 되는 시간까지 계산한다. 그런 것까지 고려하는 것이 최상위 디저트다."

-디저트를 그렇게까지 표현하는 게 아직은 낯설게 느껴진다.

"한국에서 처음 이런 개념의 디저트들을 선보였을 때, 매출이 저조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템별로 최소 3개월 동안 손님을 기다렸다. 맛과 질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최상위 디저트의 의미를 알아줄 때까지. 2년전 한국에 마카롱을 처음 선보였을 때가 생각난다."

-웰빙 시대다. 디저트는 그에 반하는 개념 아닌가.
"사람은 본능적으로 단 것을 좋아한다. 아무리 식사를 많이 했어도 디저트 배는 따로 있게 마련이다(웃음). '먹을까, 말까' 고민하지만 그렇다고 안먹을 수 없는 게 디저트다. 건강만 추구하는 사람은 맛의 세계를 느낄 수 없다."

-한국에서는 와플과 마카롱이 유행인데.

"일본과 프랑스의 경우 특정 아이템이 유행하는 시기가 이미 지났다. 사람들은 각 종류별로 가장 질이 높은 디저트를 찾아 즐긴다. 한국도 청담동이나 특급 호텔은 이런 분위기에 접어든 것 같다."

-한국과 일본의 디저트 문화, 어떻게 다른가.

"일본이 지금처럼 전문화된 디저트 문화를 가지게 된 건 30년 정도 됐다. 30년전 일본에는 디저트는 화과자가 다였다. 30년간 우리는 프랑스, 독일 등 디저트 선진국 기술들의 장점만을 받아들여 연구를 거듭했다. 반면 한국은 2~3년밖에 안됐는데도 발전이 빠르다. 지금 일본과 한국은 10년 정도의 격차가 있다."

-국내 제과 업계 종사자들과 만나보니 어떤가.

"한국 제과인들은 손재주가 대단하고 기술을 빨리 배운다. 빠르게 배운 것들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 빠른 발전을 위해 소비자들이 더 완벽하고 고급스러운 디저트를 요구해야 할 때다. 메뉴에 없는 디저트, 잡지에서 봤던 디자인 등을 만들어 내라고 요구해 보라."

-한끼에 10만원의 예산이 있다. 디저트에 얼마를 투자하겠는가.

"3만원을 쓰겠다. 아무리 맛없는 요리를 먹었어도 맛있는 디저트로 마무리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사실, 전체 비용의 3분의 2까지도 지출할 생각이 있다."

이여영 기자

※30년 제과 외길을 걸어온 히데오는 세계 최고의 호텔 중 하나로 손꼽히는 도쿄 파크하얏트 조리장 출신이다. 양과자 월드컵 '크프 도 몽드'의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프랑스 식품진흥회 주최 양과자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눈을 즐겁게, 입은 행복하게'라는 베이커리 철학을 가지고 있다. 2년째 서울 신라호텔 패스트리 부티크의 컨설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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