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할리우드 제작비 폭등에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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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할리우드에서 영화사업 하기가 점점 힘겨워지고 있다.제작비는 치솟고 수익성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
제작비 급증요인은 여럿이다.실베스터 스탤론이나 톰 크루즈 같은 특급배우는 영화 한편당 2,000만달러를 챙긴다.
원작료는 300만달러 안팎까지 뛰었고 1,000만달러대 감독도 등장했다.흥행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홍보선전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올해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5,000만달러에 달한다.
출연료의 경우 특급배우들이 몸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다 보니 수백만달러를 받는 중견배우들도 종전의 두 배를 요구하는 게 유행처럼 돼 버렸다.
원작료의 인플레도 무시 못한다.흥행대작 『원초적 본능』의 원작자 조 에츠터해스는 『쇼걸』에서 370만달러,『제이드』에서 200만달러를 받았고,『포플레이』『원 나이트 스탠드』는 각각 350만,400만달러에 영화사와 계약한 것으로 알 려졌다.그리유명하지 않은 작가도 작품이 조금 재미있다 싶으면 경매브로커가끼어들어 값이 300만달러 안팎으로 뛴다.
감독료는 최근 1,000만달러를 돌파했다.『리셀 웨폰』시리즈를 만든 바 있는 리처드 도너 감독은 최근작 『어새신』에서 1,050만달러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제작비는 뛰는데 흥행은 신통치 않다.마이클 더글러스의『미국대통령』이 미국 개봉 5주 동안 4,100만달러를 벌어 그나마 나은 편이었고 하이테크 물량공세를 편 『머니 트레인』은4주간 3,210만달러에 그쳤다.할리우드 영화 의 이윤폭은 수년전의 절반수준인 5~6%로 떨어졌다.
미국영화사들은 주로 비디오.케이블등 관련사업으로의 다각화나 해외시장 개척 등의 방법으로 난국을 타개해 왔다.요즘은 위성통신기술의 발달로 미국에 500여개의 TV채널이 생긴다는 소식에영화제작자들이 들떠 있다.거대한 영화시장이 창출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다.페인 웨버 그룹의 영화산업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딕슨 같은 이는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 게 아니라 종전의 비디오.케이블산업을 대체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여하튼 이런 추세라면 2년쯤 뒤에는 할리우드의 다작(多作)풍토가 사라지고 1년에 영화사당 두세 편 정도 만드는 대작위주의제작이 부득이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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