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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프·굴착기 다시 엔진음 … 공사장 숨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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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노총 산하 건설기계노조의 파업 철회로 공사 현장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민주노총 산하의 건설노조는 파업을 계속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노총의 파업 철회로 부담을 안게 됐다. 장마가 시작돼 건설 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 점도 노조로서는 부담이다.

8500여 명의 한국노총 건설기계노조가 현장에 복귀하면 덤프트럭과 굴착기 등 5000여 대가 정상 가동된다. 특히 천안유통단지 개발, 정수지구 택지 개발 사업 등 충청권 공사 현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 현장에선 한국노총의 파업 철회로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분위기다. 터 파기를 하거나 토사 운반이 필요한 공사장이 아니면 건설 자재만 운송되면 다른 공정은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일부 현장에선 자재 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어 파업이 길어지면 공사를 중단해야 할 판이었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건설기계노조가 파업을 푼 데는 정부가 노조 측을 노사문제 관련 회의에 참여시키기로 한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건설 공사가 완전 정상화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한국노총 건설기계노조보다 규모가 훨씬 큰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1만8000명)는 파업을 계속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공사 현장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이 섞여 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오희택 교육선전실장은 “건설사가 유류 제공을 명시한 계약서 체결을 거부한다면 더 강도 높은 파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각 공사 현장에서 유류 제공과 표준 계약서 체결이 얼마나 잘 시행되는지를 확인한 뒤 파업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건설기계 노조의 이용수 사무처장도 “정부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투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관급 공사뿐 아니라 민간공사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하고 있다. 전체 건설공사의 60%가 민간공사인데, 이 문제가 더 불거지면 화물연대 파업처럼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어 파업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한편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17일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권도엽 국토해양부 1차관을 만나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노조는 유류 지원, 표준 계약서 정착 외에 산재보험 적용과 다단계 하도급 개선을 요구했다. 권 차관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정부 대책이 잘 집행되도록 점검하겠다”며 “건설 현장으로 조속히 복귀해 달라”고 요청했다. 17일 현재 국토부가 관할하는 1832개 관급 공사 중 510곳(28%)에서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54곳은 공사가 완전 중단된 상태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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