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주목! 주요 투자은행 2분기 실적 잇달아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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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세계 주식시장의 눈이 다시 미국으로 쏠리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신용위기의 진원지였던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이 2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했다. 1분기보다 더 나빠질 곳이 많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음 주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다. 경기 침체 걱정 때문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당장 기준금리를 올리진 못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물가 불안 해소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긴축을 암시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는 16일(현지시간) 신용위기로 인한 대규모 자산 상각으로 2분기(3~5월)에 28억 달러(주당 5.14달러)의 순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1994년 상장 이후 첫 분기 적자다. 17~18일 실적을 발표할 골드먼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사정이 썩 좋지 않다. 적자를 낼 정도는 아니지만 주당 순이익이 한 해 전에 비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적 발표 직전 이들 종목이 포함된 S&P500 투자은행 지수는 올 들어 최저였던 3월 중순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글로벌 신용위기가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정작 16일엔 지수가 2.7% 뛰었다. 당사자인 리먼브러더스는 5% 넘게 올랐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위기가 끝났다고 보긴 힘들다. 같은 날 발표된 전미주택건설업체(NAHB) 6월 주택시장 지수는 예상치(19)보다도 낮은 18로 역대 최저까지 떨어졌다. 0~100의 숫자로 표시되는 이 지수는 낮을수록 주택경기가 나쁘다는 뜻이다.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작지만 미국이 금리까지 올린다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시장 증시엔 더 큰 부담이다. 달러를 싸게 빌려 이들 국가에 투자하는 게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설만으로도 외국인은 이달 들어 2주간 국내 증시에서 2조원 넘는 물량을 팔아 치웠다. 하나대투증권 소재용 금융경제팀장은 “미국발 각종 변수를 앞두고 당분간 세계 금융시장이 눈치보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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