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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絶景 훼손-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해안의 절경이 훼손되고 있다.끝없이 펼쳐진 바다,백사장과 기암괴석,소나무 숲이 한데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이 개발바람속에 크게 망가지고 있다.바다를 바라보는 언덕,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변 곳곳에는 빌라.러브호텔.횟집.상가들이 자리 잡고 있다.지난해 1월 개정된 국토이용관리법에 따라 준농림지역의 무공해공장.숙박업소.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 허가가 완화되면서 개발바람이 불어닥쳤기 때문이다.경북 포항에서 경남 울산에 이르는 동해 남부해안지역의 무분별한 자연파괴 현장과 문제점,대책등을 살펴본다.
경북경주시양남면나아리 월성원자력발전소를 지나 북쪽으로 1㎞쯤떨어진 경주시양북면봉길리 해변.해안선에서 10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주택공사가 한창이다.
발전소앞 주민들의 집단 이주촌으로 단층 양옥 9가구를 짓는 현장.갯바위옆에 흙을 3~4 높이로 쌓아 집을 짓는 바람에 해변의 풍치는 이미 사라져버렸다.
북쪽으로 100쯤 더 올라간 해안가.누군가 건물을 짓기 위해둥치 지름 30~40㎝짜리 방풍림이 200여평이나 잘려나간채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해안경치 파괴의 주범은 무엇보다 해안을 따라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횟집과 여관등 접객업소들.
문무대왕 해중릉 인근 마을인 감포읍대본3리에는 30여개의 횟집들이 해안과 도로변에 빼곡이 들어서 있다.
주민 김영길(46.H횟집 주인)씨는 『88년만해도 8개에 불과하던 횟집이 4배 가까이 늘었다』며 『특히 지난해 1월 건축허가가 완화된 뒤 신청만하면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너나없이 건축에 열을 올린다』고 말한다.
감포읍대본1리 해안 언덕빼기도 예외는 아니다.
E호텔,D.R.G모텔에 나붙은 룸가요방.횟집.레스토랑 간판들은 보기만 해도 어지러울 정도다.
감포읍나정.전촌.전동리에서 감포읍내에 이르는 해안도 앞이 탁트인 곳에는 어김없이 횟집.여관 등이 들어서 있다.
감포읍에서 북쪽 바닷가 언덕길을 돌면 나타나는 오류리.이곳은건축물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30여개의 음식점.빌라.숙박시설들이 밀집해 동해안에서 환경파괴가 가장 심한 곳중의 하나로 꼽힌다.
오염방지시설이라고는 업소들이 갖추고 있는 분뇨정화조 정도.
횟집등 음식점에서 쏟아내는 하수가 악취를 풍기며 맑은 바다로그대로 흘러들고 있다.
포항시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
경주에서 포항으로 막 넘어선 대보면강사리 바닷가는 해송숲에 들어선 K산업 임원용 주택들을 비롯해 각종 건축물들이 해안선을따라 북쪽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포항송도.북부.칠포.월포.장사리 등은 특히 군사용 철조망이 올해까지 대부분 철거되면서 건축 열기가 더욱 뜨겁다.
해안 곳곳에 모텔.여관 등 숙박시설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주민 李모(46.포항시북구칠포리)씨는 『지난해부터 전망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여관이 들어선다』며 『돈도 좋지만 이러다간 동해안이 여관으로 뒤덮일까 두렵다』고 말한다.
동해안=황선윤.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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