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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주니치 가는 선동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우리 프로야구 초창기인 84년 한 중견 야구인이 연수차 미국에 머무르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아직 프로에 진출하기 전인 선동열(宣銅烈)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미국의 구단(球團)관계자들은 그 야구인에게 宣의 스카우트 가능성을 타진하기 일쑤였다.특히 LA다저스의 캄파니스부사장은 그를 만나기만 하면 다리를 놓아달라고 졸라댔다.그때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미스터 선(Sun)은 한국 야구계의 태양(Sun)인데 어떻게 미국에 보낼 수 있겠소.한국엔 투수가 모자라 쩔쩔매고 있을뿐 아니라… 만일 내가 중개역할을 해 그가 미국에 진출한다면 난 해태팬들에게 맞아 죽을는지도 모릅니다.』 아닌게 아니라 이듬해인 85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宣은 그후 투수부문의 온갖 기록을 독차지하면서 해태 구단이나 팬들에게는 「무등산 폭격기」로,우리 프로야구 전체로서는 「국보(國寶)투수」로서 사랑을독차지하기에 이르렀다.해태를 최다 우승팀으로 이끈 것도 그였고,「선동열 없는 해태」란 생각할 수조차 없게 돼버렸다.
페넌트레이스때 宣의 등판여부가 상대팀의 투수 로테이션에 변화를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는가 하면 경기중 宣이 몸을 풀기만 해도 상대팀 투수를 주눅들게 하는등 「宣의 존재」를 과시하는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 다.「일본에가면 15승,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10승」은 무난하리라는전문가들의 예상도 충분히 믿을만하다.
그 선동열이 내년부터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계약기간 2년의 첫해 몸값은 인센티브를 포함해 5억엔,두해째의 연봉을 첫해 수준으로 보면 총 7억엔(약 53억원)에 달한다.96년 일본 프로야구 투수연봉으로는 네번째 에 해당한다. 내년 시즌 얼마만큼의 성적을 거둘지가 관심이지만 지난해초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몇게임 못뛰고 마이너리그로 내려앉은박찬호의 경우를 생각하면 지나친 기대가 宣으로 하여금 일찍부터평정심(平靜心)을 잃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우선은 최선을 다해줄 것,그리고 한 일본신문 사설의 지적처럼 「한일 친선대사의 역할」에 기대를 거는 것이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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