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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진 덤프트럭 43% 달해 … 판교·동탄신도시 건설 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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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6일 건설노조의 파업으로 경기도 파주신도시 택지개발 현장에 토사를 실어 나를 덤프트럭이 없어 운행을 멈춘 굴착기들이 서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 A25구역 아파트 공사 현장. 평소 같으면 공사 때문에 시끄러울 시간이지만 이날은 조용했다. 반쯤 닫힌 현장 출입문 안쪽에서는 인부들이 모여 잡담을 나누거나 바닥 물청소를 하고 있었다. 한 인부는 “철근하고 레미콘이 들어오지 않으니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터파기 작업이 진행 중인 서울 성북구 길음 뉴타운 정릉 9블록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암반 발파 후 생긴 흙을 외부로 실어 내야 하지만 덤프트럭이 들어오지 않아 현장 곳곳에 흙을 쌓아 놓았다. S건설 관계자는 “덤프트럭 파업이 길어지면 후속 공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사 인력은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덤프트럭과 레미콘 중심의 건설노조가 이날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전국의 주요 도로·교량·아파트 공사가 대부분 중단됐거나 지연됐다. 이날 파업에 들어간 조합원은 민주노총 산하 건설 노조원 1만8000명과 한국노총 산하 건설기계 노조원 8500여 명이다. 조합원의 약 90%는 덤프트럭 운전사다. 이날 운행을 중단한 덤프트럭은 2만2000대로 전체 덤프트럭(5만1000대)의 43%에 달한다.

건설노조 조합원 800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대학로에 모여 결의대회를 열고 “운반비 인상, 표준임대차 계약제 정착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총파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결의대회 후 오후 7시부터 여의도로 집결해 노숙투쟁을 벌였다. 17일에는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파업 속에서도 노조와 정부가 의견차를 좁히고 있어 파업이 조만간 끝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노조는 “정부가 진전된 안을 냈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22일부터 관급공사에 한해 우선적으로 공사 현장에서 건설기계용 기름을 직접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조가 요구한 표준임대차 계약제 정착과 관련해서도 국토부는 소속·산하기관으로부터 월 1회 이행 실태를 보고받고, 분기별로 이행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런 약속에 따라 노조는 원래 18일까지로 잡았던 상경투쟁을 17일까지로 하루 줄였다. 그러면서 노조는 정부가 약속을 제대로 실천할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건설노조 백석근 위원장은 “정부가 개선된 안을 내기는 했지만 현장에서 지켜질지가 관건”이라며 “18일부터 조합원들이 현장으로 복귀해 제대로 실천되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권도엽 차관은 17일 오전 건설노조 집행부와 만나 정부의 방침을 설명할 예정이다. 또 대한건설협회와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도 17일 오후에 건설노조 집행부와 만나 표준임대차 계약제 도입과 관련한 협상을 하기로 했다. 건설노조 전재희 차장은 “현장에 복귀한다고 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약속을 지키면 파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종윤·함종선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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