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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멈춰도 운송주는 아직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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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인한 물류 차질에도 주식시장이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다. 파업 나흘째인 16일 코스피지수는 0.77% 오른 1760.82로 장을 마쳤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지난 주말 뉴욕 증시가 1.37% 급등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2.52%)·현대차(1.76%)를 비롯한 대형 수출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한진(6.8%)·글로비스(4%)·대한통운(1.91%) 등 파업에 직접 영향을 받는 운송주도 많이 올랐다. 물류 대란이 길어지지만 않으면 증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과거에도 영향 없어=화물연대는 2003년 5월과 8~9월에도 운송료 현실화를 요구하며 두 차례 운송거부를 했다. 1차(5월 2~15일) 운송거부 때 물류 차질로 인한 피해는 6500억원에 달했다. 타이어·수출가전 업종의 타격이 특히 컸다. 당시 타이어 업계는 평소 물량의 80%가 운송 차질을 빚었고, 삼성전자는 한때 76%의 물량이 출하되지 못했다. 하지만 주가는 꿋꿋이 잘 버텼다.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되레 3.7% 올랐다. 코스닥도 2% 뛰었다. 물류 타격이 심했던 업종도 주가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한국타이어(4.2%)·삼성전자(2.6%) 모두 올랐다. 현대차(1.9%)·기아차(5.6%) 등 자동차 업종과 대한통운(8.7%)·한진(17%) 등 물류 업체 역시 운송거부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뛰었다. 2차(8월 21일~9월 5일) 때도 코스피(1%)·코스닥(0.9%) 모두 올랐다.

◇기간이 문제=수출·내수 할 것 없이 발이 묶이면 타격이 없을 수 없다. 다만 상장 대기업은 아직까진 버틸 만하다는 것뿐이다. 솔로몬투자증권에 따르면 완성차 수송에서 화물연대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다. 특히 부품은 근거리 수송이 대부분이라 각 회사가 자체적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기정 연구위원은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물건이 전달되기까지 보통 한 달 가까이 걸린다”며 “운송거부가 2주 내로 끝나면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수출도 비슷하다. 동양종금증권 최현재 연구원은 “해외의 생산·판매 기지가 보유한 재고가 있기 때문에 2~3주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대한통운·글로비스 등 물류 업체도 당장 수익성 악화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선임연구원은 “대형 물류 업체가 화물을 위탁한 곳은 화물연대 가입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며 “설령 운송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매출 발생이 늦어질 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운송거부가 길어지는 경우다. 수출 업체는 납기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부담이 커진다. 업체의 신용이 떨어지는 것도 걱정이다. 물류 업체 역시 운송거부가 장기화되면 대체 운송 수단 마련이 어려워진다. 솔로몬투자증권 임병호 책임연구원은 “2003년처럼 2주 내에 운송거부가 끝나면 괜찮겠지만 더 길어질 경우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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