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4년의 공백깨고 복귀 영화'정글스토리'출연 조용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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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시간의 흐름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일까.청춘스타가 나이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그러나 조용원의 경우는 다르다. 89년 인기절정일 때 그는 일본으로 떠났다.그리고 그곳에서 영화와 예술이론을 공부했다.처음엔 막연했고 그 다음엔 재미있었고 나중엔 지겨웠다.그동안에 와세다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도쿄대학으로 옮겨 박사과정을 마쳤다.「교수가 되려느 냐」는 질문이 따랐다.실제로 올해초 귀국했을 때 몇몇 대학에서 강의 요청도 있었다.그러나 그가 택한 길은 연기다.록뮤직 영화 『정글스토리』의 출연을 계기로 그는 활동을 재개한다.
이제 나이 서른.잔치를 끝내고 남은 찬으로 비빔밥을 만드는 속 좋은 아낙처럼 그는 4년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조급한 기색이 없다.
『연기는 공백이었지만 대신 제 삶의 여백을 찾았어요.』 83년 여고2년때 데뷔한 뒤 그는 줄곧 나이보다 네댓살많은 배역만맡았다.그래서 한동안 연기와 배역이 구별되지 않는 가상현실의 시간을 보냈다.그가 자신을 발견한 곳은 일본 대학 기숙사의 4평짜리 방.여기서 그는 하루에 두세편의 영 화를 보며 혼자 지냈다.기형도와 최승자의 시에 빠지기도 했다.이 고립의 시간을 그는 「자신과 만나는 여행」이었다고 했다.
건조한 껍질속에 불온한 상상을 간직한 인물.사람을 좋아해서 다가가면 그 사이에 늘 반투명의 막을 느끼는 여자.누굴 만나면이성보다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는 장치가 먼저 작동하는 머신….
그는 이 기간동안 많은 자신의 분신과 만났다.이전에 주입식으로 부여받았던 청춘스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이 모습들을 스크린에 하나하나 그려보고 싶어요.그래서 연기에 더 애착이 가요.』 그가 맡은 『정글스토리』의 약사 배역은주역이 아니다.그러나 그는 작품세계가 마음에 들어 특별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연기를 안했으면 문학에 빠졌을 것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마음에 드는 배역을 골라 느릿느릿 연기생활을 하고 싶다고 한 다.
글=남재일.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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