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개운찮은 집권당의 망월동 참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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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한국당(가칭)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이 22일 광주 망월동 묘역을 찾았다.
망월동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취임후 두차례나 방문하려다 결국 그만둔 곳이다.
5.18특별법을 기초한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들과 함께 망월동을 찾은 姜총장은 묘역 제단앞에서 격정적인 추도사를 읽어내렸다. 『영령들이시어,실로 15년도 더 지나고 나서 영령들앞에 저들을 단죄하노라고 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로 시작된 추도사는「만행의 진상」「역사의 심판」「정치군인들의 야욕」등 자극적인 용어들로 가득차 있었다.
희생자들 무덤앞에 무릎꿇은채 찬이슬 젖은 묘비를 어루만지는 姜총장의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할만했다.
그러나 姜총장의 망월동 참배와 그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반응을지켜본 기자의 마음은 왠지 개운치 않았다.
첫째는 姜총장의 방문이 너무 정치적 계산에 따른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가 읽은 추도사에는『역사의 심판을 가하고자 마침내 5.18특별법을 제정하게 되었다』『김영삼 대통령께서는 취임직후문민정부가 영령들의 희생위에 세워졌음을 역사앞에 고백했으며 이제 영령들을 위로할 특별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는등 자신들의공과를 홍보하려는 듯한 귀절들이 곳곳에 보이기 때문이다.
5.18특별법의 역사적 의미나 그간의 여당의 노력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망월동 묘역을 찾은 것이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한 방편이라면 씁쓸함을 떨칠 수 없다.
姜총장 일행에 대한 광주지역 대학생들의 반응도 실망스럽다.
일부 대학생들은 공항에서부터『특검제 없는 특별법 의미없다』며시위를 벌였고 총장 일행을 태운 차량행렬은 정문 대신 후문으로들어가 전경 수백명이 둘러싼 가운데 참배를 해야했다.대학생들은결국 姜총장이 지방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간담 회를 가진 광주시내 금수장호텔앞까지 몰려와 경찰과 충돌했다.
그러나 특검제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참배를 막는 행동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수용될지는 의문이다.『5.18이 광주만의 전유물이냐』『특검제만 내세우는건 특정 정당의 목소리만 대변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80년이후 세월의 흐름에따라「일부 불순세력의 반란에서 민주화항쟁으로」성격을 달리 규정받아오던 5.18은 이제 특별법 제정으로 15년만에 제자리를 찾게된 셈이다.
하지만 姜총장의 방문과 대학생들의 시위에서 보였듯 여야 정치인과 재야인사.학생들이 5.18의 역사적 의미를 각자의 정치적필요와 계산을 위해서만 이용하려 한다면 망월동의 망자(亡者)들은 결코 편안한 영면을 취하지 못할 것이다.
김종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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