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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호랑이‘이글 이글’포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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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우즈가 파5 13번 홀에서 20m 이글 퍼팅을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미국)가 주연으로 나선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했다.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 파인스 골프장(파 71·7643야드)에서 열린 제108회 US오픈 3라운드.

4월 무릎 수술 이후 8주 만에 필드로 돌아온 우즈는 이날 이글 2개를 잡아내는 ‘매직 쇼’를 펼치며 골프 팬들을 열광시켰다. 전날 1타 차 2위로 올라섰던 그는 이날 1타를 줄여 합계 3언더파 210타로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우즈는 이제까지 4라운드를 선두로 시작한 13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가 합계 2언더파로 2위, 45세의 로코 미디에이트(미국)가 1언더파 3위다.

“좀 지루한 라운드였죠?”

우즈는 3라운드를 마친 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농담을 던졌다. 우즈의 말과는 정반대로 그의 플레이는 마치 롤러코스트를 탄 듯 긴장과 환호의 연속이었다.

중반까지만 해도 우즈의 플레이는 신통찮았다. 1번 홀부터 더블보기로 시작한 그는 12번 홀에선 선두에 5타 차로 밀려난 상태였다.

우즈의 매직쇼는 13번 홀(파 5·614야드)에서 시작됐다. 드라이브샷이 페어웨이 오른쪽 러프에 떨어졌지만 우즈는 208야드를 남기고 4번 아이언을 잡고 그린을 넘겨 프린지에 떨어뜨렸다. 홀까지는 20m 거리의 내리막 경사. 우즈의 이글 퍼트는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했다. 공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크게 휘더니 홀 속으로 빨려 들었다. 첫째 이글.

마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티샷을 할 때마다 무릎 통증으로 인상을 찌푸렸지만 17번 홀(파 4)에서 다시 매직쇼를 펼쳤다. 둘째 샷이 그린에 못 미쳐 경사지 러프에 떨어졌지만 우즈는 침착하게 칩샷으로 버디를 잡아냈다. 마지막 18번 홀(파 5) 이글도 빼놓을 수 없다. 우즈는 둘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10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대미를 장식했다.

세계 2위 필 미켈슨(미국)은 이날 우즈가 이글을 한 13번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하는 등 5오버파를 친 끝에 합계 9오버파 공동 47위로 추락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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