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95년 과학기술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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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올해의 과학기술계는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연구결과도 많이 나왔다.그러나 굴업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지정취소등 행정정책졸속과원전방사능 누출사고등이 이를 먹칠해 빛바랜 한해가 됐다는 평가다.95년 과학기술계를 정리해 본다.<편집자註> ▶굴업도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지정취소=6년간의 갖은 고난 끝에지난해 12월 선정한 굴업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1년만에 취소돼 부지선정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방사성폐기물처분장의 안전성에 크게 위협을 주는 활성단층(活性斷層)이 주변해저에서 발견됐기 때문으로 과학기술처는 이같은 대형국가사업을 사전 정밀지질조사 한번없이 졸속으로 결정해버린 탓에 정부에 대한 국민의불신을 가중시켰을 뿐만 아니라 80여억원에 달하는 예산과 인력및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됐다.
▶PBS도입=정근모(鄭根謨)장관은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2개 산하연구기관에 대한 프로젝트 베이스 시스템(PBS)의 도입을 강행키로 확정했다.연구실명제로도 불리는 이 제도는 연구비.인건비를 원칙상 연구프로젝트 수주에 근거해 지급 한다는 것.
따라서 이를 수주하지 못하는 기관이나 연구원은 그만큼 불이익을감수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거의 모든 연구원들이 반대해왔으며앞으로도 논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기타=한국과학기술원 서울분원을 폐지하고 이 자리에 고등과학원.기술경영대학원.아태(亞太)이론물리센터가 들어선다.
***사 고 ▶방사능 누출=가동중인 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지난6월 자연방사선량의 최고 170배에 이르는 방사능이 누출돼 원전내 19곳이 오염되는 사고가 일어났다.원인은 방사성폐기물을 밀봉.드럼화하는 장치가 낡아 폐기물을 넣은 드럼통이 완전밀봉되지 않은 사실을 모르고 옮기던중 방사능이 새나온 것으로 방사성물질의 안전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또 9월에는 시운전중이던영광원전 4호기에서 핵연료 이상으로 방사성물질이 새나와 냉각수에 흘러드는 사고도 있었다.
***연구.개발 ▶활성단층발견=한국자원연구소 이치원(李治源).김원영(金源泳)박사팀은 굴업도 주변해역에서 길이 2.5㎞정도의 활성단층대 2개조를 발견해냈다.활성단층이란 지층운동이 완전정지하지 않고 계속 변위가 일어나거나 근래 변위가 일어난 적이있는 단층으로,안정되지 않은 지층을 말한다.이는 최근의 한반도지각운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질학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피부암치료제=한국원자력연구소의 박경배(朴敬培)박사는 지난 3월 피부암용 패치형 치료제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했다.이 치료제는 방사성동위원소인 홀뮴165를 이용한 것으로 연세대 의대 이종두(李鍾斗.진단방사선과)교수의 임상시험결과 인 체에 미치는해가 거의 없고 치료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화(開花)조절 유전자 발견=포항공대 안진흥(安鎭興.생명과학과)교수가 지난5월 식물의 꽃이 피는 시기를 조절하는 유전자를 처음 발견해냈다.
▶인간적혈구 양산인자 쥐=인간의 적혈구 조혈인자를 생산해내는쥐가 서울대의대 서정선(徐廷瑄.생화학)교수와 생명공학연구소 유명희(柳明姬.단백질공학연구그룹)박사팀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기타=연간 산업재산권 출원건수가 올해 처음으로 20만건을 돌파한 것도 뜻깊은 일이다.89년 10만건을 넘어선 이후6년만이다.특히 올해 출원은 특허와 실용신안이 지난해에 비해 각각 40%,15%대의 급신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 산재권 출원이 질적 측면에서도 고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이는 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개발활동이 활성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기준,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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