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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교섭권 없고 화주들은 협의체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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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물류난으로 현실화된 가운데 정부의 고민이 깊어 가고 있다. 한승수 총리 주재의 비상대책회의에서도 원론적 대책만을 내놨을 뿐이다. 특히 핵심 요구사항인 운송료 인상에 대해서는 화물주의 협조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3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화물연대 요구사항에 대해 “최대한 (사태 해결에) 노력하겠다. 표준요일제도 조속히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운송료 인상은 개별 사업장별로 화주와 화물차주 간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사업장이 전국에 흩어져 있고 성격이 전혀 다른 화주들을 모아 대표협의체를 구성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협의체를 구성해 요금인상안을 협의하더라도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다. 2003년 5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이후 부산 지역 컨테이너운송사업자들이 운송료 인상에 공동합의했다가 공정거래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강영일 국토해양부 물류정책실장은 “화주 대표들과 화물연대 지도부가 만나도 자격 문제가 생긴다”며 “화물연대에는 법률적으로 교섭권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책으로 ▶군부대 차량 투입 ▶항만·물류기지에 경찰병력 배치 ▶업무개시명령 발동 등을 내놨다. 군부대 차량만으로는 물류난을 해소할 수 없다. 업무개시명령은 운송거부 때문에 생긴 물류난이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국무회의를 거쳐 발동한다. 명령을 어기는 화물차 운전자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지만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한다. 당장 정부가 풀 수 있는 문제는 없다는 얘기다.

표준요일제의 도입도 과제다. 정부는 일단 표준요율제는 가능한 한 빨리 도입한다는 원칙은 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과잉된 화물차 운송시장에서 일방적으로 최저요금을 정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판단이다. 화주들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일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는 총리실 주재로 전문가와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관련 위원회를 구성한 뒤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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