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때 잘 골라야 한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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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19면

침대에 엎드려서 책을 읽고 있는데, 우지끈 하는 소리가 났다. 내 몸도 옆으로 기우뚱. 침대 한 귀퉁이가 내려앉았다. 5년밖에 안 된 침대인데. 진상은 이렇다. 이 침대는 밑판 테두리들이 만나는 네 귀퉁이가 애당초 그리 믿음직스러워 보이지 않았는데, 이사할 때 이삿짐센터 사람이 한 귀퉁이를 벽에 찧었고, 그 뒤로 조금 어긋난 채로 위태롭게 놓여 있었으며, 급기야 갈라지면서 다리도 눕고 한 귀퉁이가 내려앉은 것이다.

조동섭의 그린 라이프

내 몸이 육중한 것도 아니고(가끔 개가 침대로 뛰어올라서 내 옆에 누우면 무게가 더 나가긴 하겠다), 침대가 트램펄린인 양 침대 위에서 껑충껑충 뛸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15년이 더 된, 지금은 접어서 소파로만 쓰는 푸톤도 아직 건재한데, 5년 쓴 침대가 이렇게 한심하게 내려앉다니.

물건을 살 때는 잘 따져서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좋은 것을 사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런데 늘 그럴 수 없는 사정도 있기는 하다. 이 침대를 살 때만 해도 침대에 대해서 잘 알아보지 않고 어떤 침대가 좋은 침대인지 공부하는 데도 게을렀다. 이사를 하면 소파가 필요하고 침대도 필요하니, 지금 있는 소파 겸 침대를 소파로 쓰고 침대를 하나 새로 사면 좋겠다는 생각만 앞섰다.

그냥 널리 알려진 브랜드의 제품으로, 가장 적당한 값인 것으로, 그렇게 샀다. 결국 몇 년 쓰지 못하고 버려야 할 판이다. 고쳐서 쓸까도 생각했지만, 정나미가 떨어졌다. 애당초 썩 마음에 들어서 산 것이 아니었으니 조금만 삐걱거려도 ‘아, 좀 더 알아보고 사는 건데’ 하는 생각만 들고, 얼른 버리고 이제 보료를 두고 싶은 마음만 생긴다.

결국 나는 앞뒤를 잘 재지 않고 덥석 산 침대로 손해만 봤다. 내 머릿속에는 외국 영화에서 본, 할머니가 쓰던 것을 물려받아 여전히 잘 쓰고 있는 예스럽게 멋진 침대가 어른거렸지만, 5년 동안 누울 때마다 ‘아, 잘못 샀어’라는 후회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뿐이며, 버리기 위해 또 돈을 써야 한다.

주머니 사정으로, 혹은 저 품목이 필요하긴 한데 그다지 선택할 여지가 없어서, 혹은 좋은 것을 가질 수 없으니 에라 하는 심정으로,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대가는 참혹하다. 안방에 흉물스럽게 놓인, 혼자 힘으로는 들어서 내놓을 수 없으니 아직도 그냥 한숨을 쉬며 보고만 있는, 저 침대를 보면서 나는 또 한 번 한숨을 폭 내쉰다. 정말이지 살 때 잘 생각해야 한다. 그나저나 10년 쓴 세탁기도 요즘 계속 말썽을 피운다.


글쓴이 조동섭씨는 번역과 출판 기획을 하는 한편 문화평론가로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으며, 앞으로 친환경주의자로서의 싱글남 라이프스타일 기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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