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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시장 "크로스오버 붐" 클래식.팝 경계 허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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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음반시장에 「크로스오버」바람이 불고 있다.
클래식과 팝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는 팝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클래식 레퍼토리를 재즈나 팝으로 연주하거나고전 대접을 받을 만한 팝.록음악을 교향악단이 연주,음악애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크로스오버는 처음엔 「신성불가침」한 클래식의 영역을 훼손하는불경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최근 오리지널 작품의 「미학」에 연연하지 않는 새로운 음악의 틀을 제시,어엿한 장르로자리를 굳혔다.
어릴 때부터 팝음악을 만국공통어처럼 호흡하면서 자라난 신세대클래식 연주자들은 록.재즈뮤지션들과 어울리는데 아무런 거리낌이없다. 신세대 바이올리니스트 바네사 메이는 속살이 훤히 비치는반라 차림으로 전자 바이올린을 연주,「클래식의 저질화」 운운하는 비난도 많았으나 그녀의 CD와 비디오로 출시된 『바이올린 플레이어』(EMI)는 멀티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크로스 오버의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았다.
한편 독일 태생의 첼리스트 볼프람 후시케가 내놓은 앨범 『디아볼리카』(BMG)는 이색적인 전자첼로 연주에 성적 에너지를 노골적으로 담은 음반.지난해 3월 쾰른에서 열린 클래식 음반박람회에서 뮤직비디오로 첫선을 보였던 「에렉투스」가 포함된 이 앨범에서 바흐.라흐마니노프 등의 음악이 헤비메탈 사운드에 용해돼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런던필의 앨범 『우리와 그들』(필립스)은 전설적인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다크 사이드 오브 문』『벽』『타임』『노바디 홈』 등 10곡을 재즈 콜맨의 편곡으로 담은 앨범.지난 10월부터 12월16일까지 8주째 빌보드지 크로스오버 차 트 1위를 달리고 있다.또 런던필의 『심포닉 예스』(BMG)에선 명프로듀서 앨런 파슨스가 기획하고 ALP의 멤버였던 데이비드 팔머가 지휘를 맡아 화제를 모았다.
60년대말과 70년대초 활동했던 록그룹에는 재즈 또는 클래식교육을 받은 멤버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이때문에 음반업계에서는 록그룹 「블루드,스웨트 앤드 티어스」「르네상스」「프로콜 하럼」「제네시스」등의 음악을 가리켜 재즈록 또는 클래식 록,아트록,심포닉 록이라 불렀다.
이밖에도 런던심포니가 연주한 『심포닉 스팅』(EMI).『심포닉 롤링 스톤스』(BMG)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클래식 아티스트가 연주한 팝음악의 대명사는 단연 비틀스다.20세기를 대표하는 현대작곡가 루치아노 베리오는 비틀스의 노래들을 바로크 스타일로 편곡했고,베를린필의 첼리스트 12명이 연주한 비틀스도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최근 런던 최고의 재즈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바흐로지』(EMI)엔 『G선상의 아리아』『토카타와 푸가』등이 재즈로 편곡,녹음돼 있다.
또 스웨덴태생 기타리스트 외란 쇨셔는 비틀스의 명곡들을 클래식 기타로 연주했다(도이치 그라모폰).5년여 준비기간 끝에 비틀스 앨범을 내놓은 그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듣고 자라난 비틀스의 음악은 나에게 고전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한 다.
클래식 연주자들이 녹음한 재즈.팝 앨범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소프라노 바버라 헨드릭스의 『듀크 엘링턴 추모앨범』(EMI),캐슬린 배틀의 『So Many Stars』(소니)등도 크로스오버 차트 상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에 이어 내년도 크로스오버의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 전망이다.예후디 메뉴인(바이올린)과 스테판 그라펠리(재즈 바이올린)의 듀오 앨범(EMI)에 이어 내년 1월중 파트릭 갈르와(플루트)가 재즈밴드와 함께 연주한 앨범이 폴리그램 레이블로 출시될 예정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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