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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95>1.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생존자 근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노래방도 가고 친구들도 만나지만 불면증과 악몽에선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무너진 삼풍백화점의 콘크리트 더미에서 기적처럼 살아나온 최명석(崔明錫.20)씨,유지환(柳智丸.18).
박승현(朴勝賢.19)양등 「신세대 3총사」.지난 15일 붕괴참사 이후 처음으로 희생된 영령의 넋을 달래기 위해 함께 사고현장을 찾 은 이들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나는듯 한쪽 구석엔 어두운 표정을 떨치지 못했다.
구출 직후 쏟아지는 격려와 관심,그리고 취직.영화촬영 등 주변의 제안에 한동안 중심을 잃기도 했지만 이젠 모두 자연스럽게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2주에 한번씩은신경정신과를 찾아야만 하는등 아물지 않은 정신 적 상처로 고통받고 있다.
오빠격인 崔씨는 불면증에다 집중력.기억력 감퇴로 군입대마저 미룬 상태.그래도 崔씨는 지난달부터 일본어 학원에 등록,4년제대학 편입의지를 다지고 있다.
柳양도 지난 11월부터 삼풍백화점 근무 전에 다녔던 삼광 유리에 복직,유리제품의 무늬를 도안하는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고 있다. 또 朴양 역시 지난 8월 퇴원 이후 심리적 안정을 되찾기 위해 틈만 나면 부산 통도사 등 전국의 사찰을 찾고 있다.
그래도 별다른 외상없이 조금씩 사고의 악몽을 지워나가는 崔씨등 3명은 사고 발생 반년이 넘도록 고통에 신음하는 부상자들에비하면 그나마 행복한 편.아직 병원에 남은 29명의 부상자들은매일 매일 죽음보다 고통스런 하루를 맞고 있다 .구조 당시 신원파악이 제대로 안돼 보름이상 엉뚱한 보호자로부터 간병을 받아온 이형식(李炯植.26.삼풍직원)씨.
李씨는 다행히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왼손 팔꿈치 아래뼈가 완전히 부서진데다 머리 부상으로 심각한 언어장애와 보행장애에 시달리고 있다.서울 A병원에 입원중인 P모(여)씨는 얼마 후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슬픈 예약」이 기다리고 있다.
가족의 주검조차 찾지 못한 30명에 달하는 실종자 유족들의 아픔은 달랠 길이 없다.삼풍매장직원이던 부인 韓은혜(사망 당시41세)씨를 잃은 희생자유족회대책위원장 김상호(金相昊.44)씨는『신원확인이 안된 뼛조각 144점을 국립과학수 사연구소로부터받아 오는 20일 삼풍현장에서 합동위령제와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며 울음을 삼켰다.
표재용.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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