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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권위 되살리자" 드라마 봇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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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버지를 되살리자.』 안방을 휩쓸던 정치극 바람이 한풀 꺾인 가운데 브라운관이 부권상실에 직면한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홈드라마를 잇따라 방송.기획하고 있어 가족시청자들의 눈길을 모은다. 이는 전직대통령이 두명이나 구속되는등 기성권위가 급속히붕괴되면서 정신적 공동현상을 맞게된 시청자들을 「권위있는 가장이 이끄는 화목한 가정」을 그린 드라마로 달래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10월 중순 터진 비자금사건부터 현재의 5.18처벌정국까지 무려 두달 이상 「정치」가 브라운관을 장악하면서 주부등 주시청층이 정치극에 염증을 내고있는 점도 홈드라마의 수요를 높이게 된 이유다.
KBS는 2TV주말극 『목욕탕집 남자들』과 미니시리즈 『또 하나의 시작』에서 똑같이 여러 자식을 거느린 칠순노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한데 이어 내년1월3일 시작할 미니시리즈 『파파』에선이혼.사별.선배의 외유등으로 홀로 아기를 기르게 된 20대 아버지 3명의 양육기를 그린다.
MBC는 시트콤 『두 아빠』에서 옛 여자친구의 딸을 키우는 두 40대 「늙은 총각」을,주말극 『아파트』에선 퇴직후 아들과단둘이 사는 50대 오지명을 중심인물로 그리고 있다.MBC는 또 내년봄 12년만에 부활시킬 예정인 일일극 역 시 40~50대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홈드라마로 방송할 계획이다.
SBS는 혼기를 앞둔 세 딸과 실수(?)로 숨겨둔 아들을 둔50대 목장주의 살아가는 얘기를 다룬 주말극 『부자유친』을 내년 1월5일부터 선보인다.
단막극도 예외없이 아버지 소재 드라마가 강세다.KBS는 내년1월21일 2TV 『드라마게임』600회 특집으로 사고로 숨진 아버지가 영혼이 되어 딸과 교감한다는 내용의 『아빠의 영혼』을준비중이며 MBC도 20년간 단둘이 산 부녀가 각각 배우자를 맞으면서 겪게되는 갈등을 다룬 『아빠의 연인』을 신년특집극으로내보낸다.
이들 드라마 주인공들은 현대사회에서 지위가 급변하고 있는 아버지상을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어 흥미롭다.『목욕탕집…』의 이순재는 욕탕업으로 번돈을 쥐고 분가한 자식들을 다시 불러모으는 고전적 가부장상인 반면 『또 하나의…』의 이낙훈과 『아파트』의오지명은 아직 정정한데도 직장.가정에서 내몰린채 「홀로서기」를해야하는 소외된 가장의 일상을 보여준다.『파파』는 이와 반대로가정보다 개인을 앞세우는 신세대 청년들이 돌연 「아빠」가 될 경우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그리고 있다.이들 아버지소재 드라마는새시대의 아버지상을 종합적으로 가늠해볼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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