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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관계법 처리 지연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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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야 총무는 16일 5.18특별법은 표결처리하되 정치관계법은좀더 논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정기국회 폐회를 사흘 남겨놓은 상태에서『좀더 논의한다』는 말은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김윤환(金潤煥)대표도 최근 청와대 주례회동에서 정치관계법 처리를 내년 임시국회로 넘길 수 있도록 건의했다.그는 야당의 반대,헌법재판소의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편차에 대한 평결 등을 이유로 들어 신중한 처리를 건의했다.
여야가 이번 정기국회 폐회로 14대를 마감하지 않고 내년 임시국회를 기약해 놓고 있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고려가 있다.이점에서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간에 묘한 줄다리기 양상이 보인다.
이 문제는 정치권 사정(司正) 문제와 연계되어 있 다.
청와대는 정치권 사정을 반드시 할 생각이다.반면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사정바람을 최소화하고 싶어한다.
정치권이 사정바람을 싫어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우선 잘못하면 자신이 사정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이를 피한다 해도 사정바람 속에선 돈이 돌지 않는다.선거를 몇달 앞둔 상태에서 돈도 안돌고,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풍조가 계속되 면 의원들은곤란해진다.물갈이폭의 확대등 공천탈락 가능성은 물론 선거에서 낙선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1월 임시국회가 열린다면 여당과 야당의원들은 가혹한 사정바람에 항의할 공개장소를 갖게 된다.정기국회내 정치관계법 처리 유보의 진짜 이유는 이 점같다.그렇지만 여론을 타고 있는 5.18특별법은『각 당의 입장을 유지하되 18일 표결한다』는 원칙에 잠정합의했다.
흥미로운 점은 신한국당(가칭)내 민정계도 정치관계법의 임시국회 이월을 은근히 바라는 점이다.장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하는 심리다.
청와대와 국회의 은근한 줄다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가장대표적인 것은 91년 공안(公安)정국 때다.당시 대통령인 노태우(盧泰愚)씨는 김영삼(金泳三)민자당대표의 반발로 내각제도 여의찮고 민자당 통솔도 애를 먹자 강한 공안 드라 이브를 걸었다.상공위 뇌물외유 사건,방제협회 수뢰사건 등도 이때 터졌다.의원 5~6명이 의원직을 박탈당하자 여의도 국회권은 초비상사태에들어갔다.
이 바람은 그러나 6개월만에 유야무야됐다.강경대(姜慶大)군 치사사건 등이 터지자 야당은 당장 공안정국 철폐를 들고 나왔다.정치권 전반의 위협을 느낀 민자당 金대표와 평민당 김대중(金大中)총재는 91년7월 양金회동을 갖고 공안통치 반대를 공개표명했다.「노태우 개혁」의 상징인 노재봉(盧在鳳)총리도 이 와중에서 책임을 지고 하야했다.
청와대와 국회는 이렇게 해서 힘의 균형을 회복했다.그때를 반추하며 조금만 더 참자는게 요즘 여의도 분위기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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