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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했다 날벼락 맞은 ‘아리랑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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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981년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연방항공청(FAA) 소속 관제사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48시간 내 전원 복귀명령을 내렸다. 1만5000여 명의 관제사는 버티며 복귀하지 않았다. 그러자 레이건 대통령은 그들을 모두 해고했고 다시는 채용하지 않았다.

서울 용산과 경기도 의정부·동두천시에 있는 주한 미군부대가 이런 ‘칼’ 조치를 미군 전용 택시업체에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군 측은 최근 속칭 ‘아리랑 택시’를 운영하는 월드컵아리랑관광에 “15일자로 동두천과 의정부 기지 내 택시 운행서비스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앞서 용산기지와 맺은 계약도 5일 해지했다. 4월 23일부터 월드컵아리랑관광 소속 택시기사들이 파업한 데 따른 것이다. 월드컵아리랑관광은 3개 미군기지에 247대의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미군 측은 “잦은 파업으로 택시 이용에 불편이 크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노사갈등이 타결되더라도 계약해지 철회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대신 미군은 개인택시 40여 대에 미군부대 영업을 허가하고, 다른 업체를 물색 중이다. 미군 측은 2006년 7월 파업이 벌어졌을 때 ‘다시 파업하면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는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 노사는 당황하고 있다. 최근 세 차례나 노사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선 복귀 후 교섭’을 내세우는 사측과 ‘임금타결 뒤 복귀’를 주장하는 노조가 팽팽히 맞서 협상은 결렬됐다. 월드컵아리랑관광 노사는 기본급 인상(노조 5만원, 사용자 3만원)과 현재 87달러인 1일 기준 입금액 인상(노조 2달러, 사용자 3달러) 폭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권오승 노조위원장은 “미군 측이 계약 해지를 번복할 가능성은 없다”며 “거리로 내몰리게 되면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등 반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미군과의 계약이 복원되지 않으면 폐업이 불가피하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결국 기본급 2만원과 하루 1000원의 입금액 차이 때문에 파업을 벌인 281명의 택시기사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처지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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