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공영 개발방식 싸고 인천 곳곳서 끝없는 갈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요즘 인천시청 앞에서는 거의 같은 요구의 집단민원 시위가 주민들만 바뀐 채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지구 공영개발 결사 반대’ ‘사유재산 넘보는 공기업은 각성하라’ 등의 피켓들을 들고 있다.

공영개발을 둘러싼 갈등 지역은 인천시내 금곡지구, 부평 삼산4지구, 한들지구 등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주 시청 앞 시위에 나왔던 삼산4지구의 한 주민은 “민간개발 방식으로 잘 추진되던 사업지구에 인천시가 끼어들어 주민들에게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영개발 사업기관은 “마구잡이 개발을 막기 위해선 공영개발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민간 개발이 이뤄지면 주민들은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으나, 공영개발은 일정한 보상을 받고 땅을 내놓아야 한다.

◇개발 붐 일면서 갈등 잇따라=최근 수년 사이 인천에서는 개발 관련 집단 민원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구도심 재생 등의 개발사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간 상대적으로 낙후됐던 인천 서구 등에서는 동일한 택지 개발 예정지의 사업 시행권을 놓고 주민들과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잇따라 갈등을 빚고 있다.

인천시 서구 금곡동 금곡지구는 민간·공영개발 다툼으로 2년째 사업추진이 표류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주민들이 합심해 민간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뒤늦게 뛰어들어 사유재산을 수용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무허가 공장 및 창고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는 금곡지구 61만6000여㎡(18만7000여 평)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2006년 초 ‘금곡지구도시개발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1년여 동안 주민 동의 등의 준비를 거쳐 2007년 4월 서구청에 도시개발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서구도시계획위원회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2006년 11월 건교부에 공영개발제안서를 내놓은 상태라며 사업 심의를 보류시켰다. 이균홍(49) 금곡동도시개발조합장은 “주민들이 1년 앞서 민간개발에 뛰어든 것을 알면서도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사업을 가로채려 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인천시의회에 ‘금곡지구 민간개발’ 청원을 낸 데 이어 건교부·청와대 등에 잇따라 민원을 제기하는 등 공영개발 저지에 나섰다. 이 때문에 중앙부처 간의 지구지정 협의도 2년째 미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도시개발공사 측은 마구잡이 개발을 막기 위해선 공영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인천도시개발공사 한영호 팀장은 “무허가 공장 등을 정리하고 군부대를 이전하는 등 개발의 공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천에서는 금곡지구 외에 부평 삼산4지구, 한들지구 등에서도 3∼4년째 유사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개발 방식 기준 마련돼야=도시개발 관련 전문가들은 동일한 택지개발지구를 놓고 민·관 간에 소모적인 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시급히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개발의 근거법인 도시개발법과 공영개발의 근거법인 택지개발촉진법에 판단 조항이 없어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

인천도시개발공사 관계자도 “금곡지구의 경우 민간개발이나 공영개발 둘 다 하자가 없다”며 “관련 법에 부지면적의 규모 또는 해당 요건 등을 명시해 처음부터 갈등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