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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급락하는 중국 증시 관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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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 하락이 심상찮다. 지난해 10월 16일 6124.04포인트까지 상승했던 중국 증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하다 반토막이 났다. 지난 4월 22일 3000선을 밑돌자 중국 정부는 증권거래세(印花稅) 인하, 신규 펀드 출시, 신규 IPO(기업공개) 연기 등의 증시 부양책을 통해 간신히 하락을 저지했다. 그러나 국내외 악재에 비틀거리다 11일 다시 장중 한때 3000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증시의 급락 요인은 복합적이다. 눈을 밖으로 돌리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국제 경기는 계속 위축되고 있고 글로벌 주식시장은 잔뜩 움츠린 상태다. 국제유가·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과 주변 국가인 베트남의 경제불안도 대외 악재로 꼽을 수 있다. 내부 사정도 악화되고 있다. 우선 인민은행이 은행 지급준비율을 예상 밖으로 크게 끌어올려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신규 IPO가 재개되고 비유통주(시중에 팔지 못하도록 묶은 보호예수 주식) 해금 물량이 흘러나오면서 증시 내부의 물량 부담도 커지고 있다. 쓰촨성 지진 피해가 겹치고 위안화 절상으로 수출 전망이 나빠진 것도 투자심리를 냉각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최근의 중국 증시 급락에는 긴축정책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중국 현지에선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대 이하일 것으로 보고 중국 당국이 올림픽이 끝나는 하반기께나 추가긴축을 취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7일) 인민은행이 전격적으로 지급준비율을 추가로 1%포인트나 인상해 사상 최고치인 17.5%로 올려버렸다. 이에 따라 지수 3000선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정부의 정책기조에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앞다퉈 매물을 쏟아냈다.

최근 중국 증시는 뚜렷한 매수 주체, 주도주, 거래량 증가가 없는 3무(無)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앞날이 그리 밝지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경제성장률이 9.5%를 밑돌거나 물가상승률이 4.8% 이하,수출 증가율이 15% 밑으로 둔화되지 않는 한 당국의 긴축정책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증시 부양책도 단기적 약발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시장 참여자들도 지난 3월 증시 부양책에 자극받아 매수에 나섰다가 결국 적지않은 손실을 입은 학습효과 때문에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증시 급락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올림픽을 전후해 신용거래나 대주제도,주가지수 선물시장의 도입 등 다양한 증시 활성화 카드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추가하락을 저지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증시의 방향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업 실적이 회복되거나 향후 경제전망에 대한 뚜렷한 확인 없이는 추세적 전환이 힘겨울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10%대가 넘는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근 안팎의 악재들에 휘말려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 지수 3000선 이하에선 장기적 관점에서 대표기업 위주로 가격 메리트가 존재한다고 보는 분석이 많다. 물론 중단기적으로는 기술적 반등 이외의 추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중국 증시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 몇 년간 막대한 우리나라 자금이 간접적으로 중국에 투자돼 왔다. 지수 급락에 놀라 부화뇌동하지 않기를 주문하고 싶다. 최근 중국은 ‘적격 해외기관투자가(QFII) 관리방법’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해당되는 한국의 기관투자가는 중국 증시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문호가 열린다. 외환관리 등 각종 규제도 완화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6000선의 고평가 국면 때보다 지금이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 중국 증시에 대한 지나친 우려보다는 신중한 역발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영진 한화증권 상하이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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