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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파업 손실 연간 얼마나 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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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국제 유가 급등으로 더 이상 운행할 수 없다며 13일 총파업을 예고한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의 트럭들이 서울 서부화물터미널에 주차돼 있다. [뉴시스]

국제 유가가 뛰면서 화물을 나르는 트럭 운전사들이 수지를 더 이상 맞출 수 없다며 총파업을 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뉴스를 보면 어떤 때는 ‘화물연대 파업’ 이라고 하고, 어떤 때는 ‘화물연대 운송 거부’라고 씁니다.

틴틴 여러분, 어떤 게 더 정확한 표현일까요? 기업에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개별 노동자는 사업주보다 힘이 약합니다. 노동자 개인이 사업주에게 월급을 올려 달라는 요구를 하면 묵살당하기 쉽죠. 그래서 노동자들은 단체(노동조합)를 만들어 사업주와 대등하게 협상을 벌입니다. 협상을 하다가 결렬되면 노동자들은 단체행동으로 일하기를 거부하는데, 이게 파업이죠. 그런데 화물연대는 기업에서 고용한 노동자가 아닙니다. 화물을 나르고 운송비를 받는 개인사업자인 셈이죠. 일부 전문가가 이들의 행동을 파업이 아니라 집단 운송 거부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언론에서는 이런 것을 통틀어 파업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파업 근로 손실 120만 일=우리나라는 노사분규가 많은 나라로 손꼽힙니다. 노동부와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노사분규로 인한 근로 손실일 수는 무려 120만 일(2006년 기준)이 넘습니다. 이는 사업장별로 (파업일수X참여자)로 계산한 겁니다. 예를 들어 어느 공장에서 직원 300명이 사흘간 파업(300X3=900)을 했다면 근로 손실일수는 900일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각 사업장에서 벌어진 파업 근로 손실 날짜를 모두 더하면 120만 일이라는 얘기입니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근로 손실일수는 4일 현재 21만9144일에 달합니다. 지난해 5만4173일의 네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게다가 매년 노사관계를 결정짓는 변수로 작용했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하면 그동안 결의만 해놓고 단체행동을 머뭇거리던 공공부문 노조 등도 한꺼번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파업 한 번에 1조원 손실도=화물연대는 13일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파업이 1주일을 넘기면 2003년 물류대란 때처럼 경제적 손실이 무척 클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1, 2차에 걸친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우리 경제는 정부 추산으로 1조2000억원의 피해를 본 바 있습니다. 172개 중소업체만도 3000억원 안팎의 피해를 봤다고 합니다. 그해 5월 1차 파업 때 14일, 8월 2차 파업 때 16일을 합해 ‘30일의 파업’이 남긴 피해가 이 정도입니다. 노동부와 산업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매년 파업으로 인한 수출 차질 금액만도 21억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파업을 하는 화물연대로선 얻는 것도 있습니다. 2003년 파업 때는 정부와 고용주를 상대로 원하는 것을 일정 부분 챙겼습니다. 경유값 인상분을 정부에서 전액 보조받기도 했고,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확대 요구도 관철했습니다. 화물연대로선 파업으로 승리를 쟁취했다지만 그로 인해 우리 경제가 지불한 대가는 정말 큽니다.

그런데 5년 만에 비슷한 파업이 또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5년 전 파업 때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기름값이 너무 올라 견딜 수 없다”는 게 화물연대의 주장입니다. 정부에는 고유가에 따른 대책을, 화물차를 쓰는 기업에는 운송료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파업은 법으로 보장=우리나라 노동법에는 ‘노동 3권’이 보장돼 있습니다. 노동 3권이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입니다. 단결권이란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단체교섭권은 노조원들의 월급이나 근무시간 등 노동조건을 조합 차원에서 단체로 협상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또 단체행동권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위해 집단으로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이죠. 그런데 파업은 태업과 함께 노동자가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 중 하나입니다.

안혜리·장정훈 기자

▶올해는 파업이 더 많을 거라는데
원유값 뛰고 물가는 날고 … 노사 어느 쪽도 양보 어려워

노동조합의 파업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임금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파업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할 때 내세우는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입니다. 물가는 인상됐는데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면 노동자는 앉아서 손해를 보기 때문이죠.

특히 올해는 물가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요. 5월 소비자물가만 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나 올랐어요. 지난해 평균 소비자물가가 2.5%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뛰었는지 알 수 있죠.

그런데 소비자물가가 4.9% 올랐다면 지난해 100만원의 월급을 받은 사람의 경우 올해는 104만9000원을 받아야 인플레이션 손실을 겨우 따라잡게 되는 셈이죠. 이렇다 보니 노조는 매년 사용자 측과 임금협상을 벌이면서 물가인상분 그 이상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사용자 쪽에서는 경제가 어렵다며 인상해 주길 꺼립니다. 타협이 끝내 안 되면 노동자들은 집단으로 일을 하지 않고 파업을 시작하는 거죠.

올해는 설상가상으로 국제 원유와 원자재 값까지 크게 올라 파업이 더 잦아질 것이라는 게 노동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국수입업협회가 올해 주요 수입 원자재 가격을 계산해 보니 1995년보다 4배나 뛰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최근 들어 이런 오름세가 더 심하다는 겁니다. 국내 원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4월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는데 최근에는 13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화물연대 운송 거부의 경우 기름값은 뛰는데 운송비는 그만큼 오르지 않아 운행을 하면 할수록 손해라 운송 거부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지요. 하지만 노동자만 어려운 게 아니라 기업도 그만큼 어려워져 월급을 올려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사용자와 노동자 어느 쪽도 양보하기에는 경제여건이 안 좋은 겁니다. 올해는 곳곳에서 파업이라는 극한 대치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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