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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환율 "어떡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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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금호타이어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내릴 경우 연간 12억원의 손해를 본다.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현양의 정경하 차장은 "바이어들과 가격협상 환율을 좀 넉넉하게 잡았지만 달러당 1100원 이하로 내려가면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반면 키보드 부품을 수입하는 제이피인터내셔널의 박성예 사장은 "환율 하락에 따른 수입가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수출.수입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같은 제조업체라도 중소 수출업체들은 한숨이 절로 나는 반면 수입 원자재와 중간재를 많이 쓰는 업체엔 희소식이다. 유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오히려 잘됐다는 의견도 있다(성명기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

원-달러 환율은 이번 주 들어 일본의 엔화 강세 분위기에 휩쓸려 낙폭이 커지고 있다. 그냥 놔두면 더 떨어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잠잠했던 외환당국이 '수출 보호'를 내걸고 다시 시장개입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왜 떨어지나=1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4원 내린 1141.2원으로 마감했다. 최근 고점이었던 지난달 12일(1180.8원) 이후 20일 만에 40원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달러 과잉에 따른 원화 강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강삼모 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상흑자가 쌓인 데다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매입자금 유입으로 서울 외환시장의 달러 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와 무역적자를 감안하면 달러 약세기조가 바뀔 기미도 안 보인다.

여기에 엔고 쇼크에 따른 심리적 영향으로 원화 환율은 더욱 떨어졌다. 일본 경제가 확실히 바닥을 다졌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엔값이 초강세를 나타내 엔-달러 환율은 이틀 새 103~104엔까지 추락했다. JP모건체이스는 1달러=100엔 붕괴 쪽에 내기를 걸었다.

원화 환율 하락을 부채질한 것은 우리나라 외환당국이 시장개입의 고삐를 늦췄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금융연구소의 김진영 금융전략팀장은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라는 압력에다 수출보다 물가안정이 시급하다는 정책적 고려가 시장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물가가 1%나 오른 반면 월별 수출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수출 증대'보다 '물가 안정'의 필요성이 커졌다.

◇얼마나 떨어질까=외환당국이 손을 놓으면 환율이 연내에 1100원대까지 내릴 것이란 예측이 많다. 외환 전문가들은 다만 시장개입 강도에 따라 절상속도의 조절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정부 내에는 일본과의 수출경쟁을 감안해 '디커플링(차별화)'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일본 경기는 제대로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우리는 수출만 잘 되는 불균형 회복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원화가 엔화만큼 강세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원화 환율이 엔화만큼 떨어지지 않도록 다소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중소 수출업체의 아우성이 더욱 커질 경우 총선을 앞두고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의 신승관 박사는 "섬유.플라스틱.고무제품 등을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은 이미 손익분기 환율을 넘어섰다"면서 "절반가량은 적자수출에 직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승일.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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