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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현장 관찰] 5. 광주에서 만난 후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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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김용철 교수 <전남대 정외과>

선거법이 많이 바뀌었다. 17대 총선은 새로운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선거현장에선 조직적인 청중동원이 사라졌다. 2002년 대선 때까지 보았던 집단적 선거운동은 찾아 볼 수 없다. 법이 엄격하고 걸리면 당선무효에 이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광주시 북구갑의 선거현장은 썰렁해 보였다. 4년 전 총선 때 거리를 누볐던 골목의 어깨띠가 싹 사라졌다. 2일부턴 후보자 한 명만 어깨띠를 착용할 수 있다. 선거운동원이 3명 이상 무리를 지어 행진하면서 꾸벅 인사하는 모습도 볼 수 없다. 그것 역시 금지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합동연설회도, 정당연설회도 없어졌다. 거리는 차분하다. 그만큼 후보들 입장에선 돈을 쓸 곳이 줄어들었다. 선거운동원들은 "할 일이 없다" "캠페인 할 기분이 안 난다"고 푸념했다.

정치 초년병들은 좋아한다. 예비후보자 등록제 때문이다. 선거 120일 전부터 현역 의원과 비슷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만 민주노동당 김용진 후보는 "현역 의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너무 늦게 법을 개정(3월 12일)한 관계로 이번 선거에선 별 도움이 못됐다"고 아쉬워 했다.

문제는 미디어 선거다. 연설회 등을 없애는 대신 만든 새 제도다. 이 부분에 대한 후보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의 대담 토론회가 있다. 주요 정당의 후보들은 대체로 만족한다. 그러나 무소속 후보는 다르다. 주성식 후보는 "대단히 편파적"이라고 했다. 토론회 참석 자격에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5인 이상 국회의원을 보유한 정당의 후보여야 한다. 아니면 여론조사에서 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해야 한다. 결국 지명도 낮은 신인 무소속은 참여할 수 없다.

문제는 또 있다. TV와 라디오 연설회다. 선거운동기간 중 각 2회씩 할 수 있다. 전보다 기회가 늘어난 것이다. 민주당 김상현 후보와 열린우리당 강기정 후보는 이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많은 것이 제한돼 있는 마당에 아주 유효한 선거운동이란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김용진 후보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돈 때문이다. 광주의 경우 TV 10분 연설에는 1000만~1200만원이 든다. 라디오(10분)도 100만~120만원을 내야 한다.

이번 선거는 거리유세와 미디어 홍보의 결합이다. 유세와 조직동원 일변도의 선거운동이 크게 바뀌었다. 미디어 홍보의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미디어 홍보는 후보의 이미지 구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일방적이고 주입적이다. 감성적이다. 돈도 많이 든다. 그래서 돈없는 군소 후보들은 인터넷을 파고 든다. 미디어 홍보가 일방적이라면 인터넷 선거는 쌍방향이다. 타기팅(특정 유권자 접근)도 가능하다. 거리유세의 장점인 면대면 접촉의 효과도 볼 수 있다. 문제는 아직 자발적으로 홈페이지를 찾는 방문자가 적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효과가 크지 않을 걸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없는 후보들의 큰 희망이기도 하다. 그들이 인터넷 선거운동의 실명 의무화를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명화는 근거없는 비방에서 후보를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 지명도 높은 후보일수록 많은 보호를 받을 것이다.

민주당 김상현 후보와 열린우리당 강기정 후보는 그 때문인지 실명화를 찬성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김용진 후보와 무소속 주성식 후보는 "인터넷 실명화는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막는 악법"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적은 홈페이지 방문자를 더 줄일 것이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이들은 "그나마 인터넷 선거운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다음 선거 때는 인터넷 선거를 보다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돈선거를 없애는 지름길이 바로 그것이다.

김용철 교수 <전남대 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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