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韓 내부 동요 주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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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 대외무역상사 대성총국 유럽지사장 崔세웅씨 일가족귀순은 과거에 흔히 볼 수 없던 「현상」이다.우선 주목할 것은 崔씨의사회적 신분이 북한사회 최상류층에 속한다는 점이다.崔씨는 엘리트코스인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와 유럽에서 8년간 생활했다.가족배경도 부친이 노동당 부장급 고위인사다.이는 최근 북한사회의 동요가 일반주민뿐 아니라 상류층에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12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崔씨는 자신의 귀순이유를 묻자 능숙한 영어로 북한사회체제에 『넌더리가 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엘리트,그중에서도 특히 개방적 외국생활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폐쇄된 북한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탈출욕구를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단신귀순이 아닌 가족귀순이란 점도 주목할 점이다.이는 귀순이유가 과거처럼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더욱 절박한 것으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앞으로 북한사회의 동요정도에 따라이같은 「생존형 귀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봐 야 할 것이다. 최근 북한사회의 동요는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지난 여름 홍수피해는 주민들의 생활자체를 위협하고 있으며,특히 올 겨울은 극도의 궁핍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북한당국은 이같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군사행동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올해 들어 예년에 비해 더욱 많은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특히 수해직후인 9~10월에 집중됐다.뿐만 아니라 휴전선 가까운 전방예비기지에 병력과 항공기를 집중배치,우리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적 궁핍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런 도움을 어느정도 줄 수 있는 곳은 남한밖에 없다.그러자면 우리가 경제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북한이 대남 적대정책을 버리고, 남북대화에 보다 유연한 자세를 갖는게 중요하다.우리도 북한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하지 말고 북한사회의 변화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그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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