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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내수·금융↓…양극화 극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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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2월 결산법인들의 실적은 지난해 극심했던 경기 양극화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중국 특수와 세계적인 경기회복에 힘입어 수출 관련 업종은 실적이 크게 좋아지면서 초호황을 구가했다. 반면 국내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가계대출의 부실이 불거지면서 내수 관련 업종과 금융업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골 깊어진 경기 양극화=증권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결산 521개 상장사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2년 2조원대의 흑자를 냈던 금융업종은 지난해 7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나쁜 실적이다. 특히 LG카드는 적자 규모가 5조원 이상으로 52개 적자 전환사 중 적자규모가 가장 컸다. 카드부실을 떠안은 국민은행(7533억원)과 외환은행(2138억원) 역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이들 3개 회사의 적자만 6조원을 넘어 금융업 전체 적자의 94%를 차지했다.

내수와 관련된 업종의 실적도 크게 나빠졌다. 특히 종이목재(-81%).운수창고(-76%).유통(-33%).통신(-27%).전기전자(-13%) 등 내수 관련 업종의 순이익이 급격히 줄었다. 데이콤.대한항공.대한펄프.마니커.대영포장.동원수산 등 적자전환 기업의 상당수가 내수 관련 업종이었다.

다만 유통업종 가운데 신세계는 할인점을 계속 늘려가는 동시에 이 부문의 매출이 늘면서 전체 매출과 순이익은 소폭 늘어났다.

반면 해외와 국내의 공공부문 수주가 활기를 띠면서 현대건설의 순이익이 309% 느는 등 건설업의 순이익이 94%나 늘었다. 또 수출이 늘고 세계적인 철강가격 상승에 힘입어 철강금속이 70%, 해상운임 상승으로 초호황을 누린 해운회사가 속한 운수장비가 51%의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고전한 코스닥 기업=삼성전자.LG전자 등 거래소의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의 실적은 우수했던 반면 코스닥에 속한 IT 기업의 실적은 오히려 나빠졌다. IT 업종에 속한 340개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5% 줄었다. 적자규모도 전년의 920억원에서 166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과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IT 경기가 회복되면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수혜를 봤지만 규모가 작고 장비나 부품 생산 위주인 코스닥의 IT 기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2002년에 899억원의 적자를 낸 인터넷업종은 포털.게임업체의 실적이 좋아진 데 힘입어 지난해 70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IT 세부 업종 가운데 실적이 개선된 유일한 업종이다.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금융업종은 5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건설업종은 매출이 14%, 순이익은 116% 늘었다. 또 지난해 한국영화의 성공 등에 힘입어 오락.문화 업종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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