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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시신 훼손 사건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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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미군이 저항세력으로 의심하는 이라크인들이 지난달 24일 바그다드 북부 디얄라 지역에서 미 제1보병사단 3여단 병사들에게 잡혀 있다. 미군은 이 사진을 지난달 31일 공개했다. [디얄라 AP=연합]

지난달 31일 이라크에서 미국 민간인 4명과 미군 5명이 무장반군의 공격으로 숨졌다. 이라크 주민들이 반군 공격으로 숨진 민간인들의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하는 모습이 미국 TV로 방송됐다. 이라크인들의 반미감정이 생생하게 미국인들에게 전해진 것이다. 이번 공격으로 이라크에서 숨진 미군은 600명을 기록했다.

사건 직후 이라크 미군 사령부는 "6월 30일까지 이라크 자치정부에 주권을 이양하기로 한 약속은 흔들림없이 지켜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폴 브리머 이라크 미군정 최고행정관은 1일 "이 사건은 인간 존엄과 야만 사이에 계속되는 투쟁의 본보기며 이 같은 행위는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은 이번 사건이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주민들이 미군 시신을 끌고다니는 모습이 방송된 뒤 미군이 서둘러 철수한 사실을 연상시킨다며 그와 비슷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숨진 민간인 4명은 미군과 사업계약차 팔루자에 들렀다가 SUV 2대에 분승해 바그다드로 가던 중 수류탄과 소형화기로 무장한 복면반군 3명의 공격을 받았다. 그 직후 주민 수십명이 불타는 SUV에 몰려들어 삽 등으로 시신들을 때리고, 머리와 사지를 토막낸 뒤 차량에 묶어 끌고다녔다. 이들은 숨이 붙어있던 부상자 1명을 벽돌로 쳐죽이기도 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AP통신의 TV뉴스채널 APTN은 금속봉을 든 남자가 시신을 때리는 모습과 주민들이 시신을 차에 매단 채 질주하며 환호하는 모습을 방송했다. 또 검게 탄 시신 2구가 다리에 거꾸로 매달린 모습도 방송됐다. 시신 중 1구는 머리가 잘려나갔으며 사체 주변에 미국 여권 및 국무부 신분증이 떨어져 있는 것도 카메라에 잡혔다.

한편 이날 팔루자에서 북서쪽으로 20㎞ 떨어진 말라마에서도 미 제1 보병사단 소속 M-113 장갑차가 도로에 설치된 폭탄에 폭파되면서 미군 5명이 숨졌다. 지난 1월 8일 미군 블랙호크 헬리콥터가 격추돼 8명이 숨진 이래 하루 사망자로는 최대다. 티크리트와 바그다드를 잇는 '수니 트라이앵글'의 한 축인 팔루자는 사담 후세인 집권 시절 특권층인 바트당원이 많이 거주해 반군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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