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존중 … 다른 견해 인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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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인 시위하는 것을 보고 많은 분이 물으셨습니다. 배후가 누구냐고요. 제 배후는 제 양심과 신념, 국민입니다.”

10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 촛불집회 반대 1인 시위를 해 온 이세진(25·한양대 안산캠퍼스 신문방송학과 4학년·사진)씨가 마이크를 들었다. 이씨의 앞엔 촛불집회 반대자 6000여 명이 모였다. 이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의 물결이 거세지던 3일부터 8일까지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을 지켰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였다.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분들도 존중합니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저도 가족의 건강을 걱정하지만 저희 스스로 쇠고기 위험을 과장하고 광우병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나가는 시위대 대부분은 그에게 “미친 소를 왜 먹느냐”고 비난했다. 그의 뺨을 때리거나 얼굴에 침을 뱉는 사람도 있었다. 그의 1인 시위가 알려지면서 응원하는 이들도 생겼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카페 ‘과격 불법 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에는 ‘이세진씨와 함께하기’란 게시판이 만들어졌다. 2일 생긴 이 카페의 회원 수는 현재 1만3000여 명에 이른다. 많은 네티즌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날 시위 현장에도 그의 서포터스 30여 명이 나와 곁을 지켰다. 서혜원(54·주부)씨는 “언어·정신적 폭력에도 1인 시위를 계속하는 세진씨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워 나왔다. 내 의견이 소중하면 다른 의견도 소중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백일현·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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