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연구생 독무대-제73회 프로입단대회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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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강호의 소문난 명장들이 어린 소년들앞에서 식은 땀을 흘린다.
이 11~18세의 가공할 소년들은 한국기원이 공들여 키워온 연구생집단.오직 「프로」가 되기 위해 철저히 제련돼온 이들은 기계처럼 표정없는 얼굴로 무심히 승리를 챙겨간다.
한국기원에서 열리고 있는 제73회 프로 입단대회 풍경이다.단두장의 입단티켓을 놓고 전국 2백여명의 아마강자와 11명의 연구생이 출전,지난달 18일부터 시작됐다.최종본선리그에 오른 12명중 일반인은 7명,연구생은 5명.일반인의 면 모는 막강했다. 박성균(38)아마7단은 국가대표로 두번이나 뽑힌 아마바둑계의 최강자고,김찬우(26)는 올해 아마 10강전 우승자.호남의터줏대감 조민수(34)는 올해 학초배등 각종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해 아마바둑계의 춘추전국시대를 연 장본인이고 이용만은 현 아마국수며 급부상한 심우섭(33)은 95년 대구MBC배 우승자. 그러나 이들의 위력을 연구생들은 한발한발 극복해갔다.대회가종반으로 치닫던 지난 8일,충북 청주에서 유학온 16세의 김강근(연구생A클라스)은 박성균을 꺾으며 7승1패로 선두에 나섰고,충주에서 올라와 권갑룡도장에서 훈련해온 15세의 권오민(연구생A클라스)도 이용만을 꺾고 7승1패.
올해도 연구생 2명이 그대로 골인 하는구나 싶을 때 선두 김강근과 권오민이 같은 연구생인 안영길과 안달훈에게 꺾였다.연구생들의 양보없는 투혼에 힘입어 7승3패의 일반강자 심우섭과 김찬우에게 희망이 생겼다.
9일의 최종전.김강근(7승2패)과 심우섭,권오민과 조민수의 대결에 이목이 집중됐다.심우섭이 이기면 재대결하게 된다.연구생들의 일방적인 독주에 아마바둑계가 오랜만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결과는 연구생들의 완승.권오민과 김강근 두 소년은 9승2패로나란히 입단의 관문을 뚫었다.이로써 최근 2년간 새로 뽑힌 12명의 프로중 연구생 출신은 무려 11명.아마쪽엔 안됐지만 바둑계의 장래를 위해선 좋은 일이라고 한다.그러나 이번에 선발된두명의 소년기사도 학교를 다니지않고 있었다.중학교마저 중퇴하고승부에 매진하는 이 새로운 풍조가 언젠가는 바둑계에 심각한 문제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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