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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기에 적극 투자 기업 ‘주가 성적표’ 좋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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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기업들의 금고에 갈수록 현금이 쌓이고 있다. 9일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거래소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538개사의 사내 유보율은 675%에 이른다. 아직 돈은 잘 벌고 있지만 새로 투자할 대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금을 쌓아두면 성장 잠재력은 떨어져도 배당 여력이 늘고, 긴급한 상황에 대처할 능력도 배가된다. 하지만 주가에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투자를 열심히 한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냈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금으로 쌓아둘 때 기대할 수 있는 예금 이자율보다 평균적인 기업 투자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평균적인 자기자본수익률(ROE)은 14~15%지만 예금 이자율은 기껏 4~5%에 불과했다.

이는 실증적인 분석으로도 입증됐다. 대우증권은 매출액 대비 투자비중이 큰 기업과 배당비중이 큰 기업을 각각 30개씩 추렸다. 이렇게 구성된 포트폴리오로 지난해 초 이후 주가 상승률을 따져보니 투자를 중시하는 쪽의 성적이 항상 좋게 나왔다. 특히 경기가 침체하는 국면의 후반기부터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다. 똑같은 방법으로 2000년 이후 투자 중시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종합주가지수의 움직임과 비교한 결과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기 직전부터 투자 중시 기업의 주가 상승이 뚜렷했다. 경기가 반등하기 전에 먼저 오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대우증권 이원선 애널리스트는 “한국 경제가 올 초부터 침체기를 걷기 시작한 만큼 회복 국면에 대비해 투자활동이 왕성한 기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논란이 있지만 올해 말이 저점이라면 지난해 투자가 많았던 회사가, 내년 초 이후 회복된다면 올해 투자를 많이 한 회사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대우증권은 또 설비투자로 인한 유형자산뿐만 아니라 지분법이 적용되는 투자주식 증가분과 기타 유형자산 증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투자나 자원개발 사업이 여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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