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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재건 박람회 한국대표 30여명 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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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무역업체 헬스원인터내셔널 한상근(40)사장은 1일 오후 30여명의 다른 한국 기업인들과 함께 카타르 도하행 비행기를 탄다. 암만을 거쳐 육로로 바그다드에 들어가게 된다. 오는 5~8일 이라크 국제박람회장에서 열리는 `바그다드 재건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국내 참여기업은 삼성전자.LG전자.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12곳과 중견기업 5곳이다.

미국.쿠웨이트 등 31개국에서 모두 180여개사가 참여하는 이번 박람회는 이라크 전쟁 후 바그다드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공식 국제박람회로 5000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 무섭습니다. KOTRA가 절반을 지원해주는 100만원짜리 전쟁보험도 못 들었습니다. 작은 업체다 보니 한 푼이라도 아껴야죠. 가족들은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남들이 꺼리는 데를 가야 기회가 있지 않겠습니까." 한 사장은 테러 없이 무사히 박람회가 끝나 이라크에 거래선을 트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은 LG산전의 전력시스템, LG전자의 DVR(디지털비디오레코더) 등을 전시해 200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일행을 인솔해 가는 KOTRA 직원은 가족에게도 숨기고 이라크에 간다. 방탄조끼는 기본이고 무장한 현지 사설경호원들도 3개팀을 채용해놨다. 한국 방문단은 미국이 경호하는 연합국임시행정처(CPA) 막사의 4인1실짜리 방에서 머문다. 호텔은 피격 위험이 우려돼서다.

코오롱인터내셔널은 참석자가 네명에서 한명 줄었다. 가족의 반대가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한태운 주임은 "회사가 결코 강요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신청을 한 지난 2월만 해도 현지 사정이 지금보다는 좋았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이들 기업은 이라크가 위험하지만 시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삼성전자의 경우 수백곳의 거리 간판을 설치해 이라크인들에게 삼성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지난달엔 나시리야에 서희부대와 공동으로 정보기술(IT) 센터도 설립했다. LG전자는 이라크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스폰서를 맡았다. 전경련은 이르면 다음달 초 이라크 경제사절단을 초청할 계획이다.

"전장의 최일선에도 상혼(商魂)은 총탄과 함께 날아간다." 1976년 당시 전경련 김용완 회장이 한 말이다. 기업 경영의 치열함을 총탄에 비유한 것이다. 이런 기업가 정신이 이라크를 뚫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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