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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는 고소득층 유리 … 서민 직접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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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금 환급 배경에 대해 “저소득층이 너무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유가 급등기에 정부가 민생을 살피지 못하면 문제가 커진다”며 “고유가와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 경제를 당장 지원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심 끝에 세금 환급을 택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세금 환급이 실시된 적이 있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개인에게 300~600달러, 결혼 가정에는 600~1200달러(자녀 1인당 300달러 추가) 등 총 1000억 달러(약 101조원)의 세금 환급을 실시하고 있다. 1999년 일본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소득층 1인당 2만 엔짜리 상품권을 나눠줬다.

이번 대책으로 전체 근로자의 72%인 900만 명과 자영업자의 85%인 390만 명 등 총 1290만 명이 연간 24만원을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또 근로자 80만 명과 자영업자 10만 명 등 90만 명은 소득에 따라 6만~18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재정에서 3조1000억원이 들어간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선임연구원은 “고유가 피해가 큰 계층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며 “연간 24만원이 크지 않은 액수일 수 있지만 서민층의 고통을 덜어준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민층의 생활고를 덜어주기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L당 2000원 시대를 사는 서민들에게 20만원 안팎의 일회성 지원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경기도 하남시의 김모(53)씨는 “24만원은 한 달 소득의 10%가 넘어 작지 않은 금액”이라면서도 “하지만 요새 기름값이 너무 올라 기름 두 번 넣으면 끝”이라고 말했다.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830여만 명이 세금을 돌려받는 데 비해 세금을 내는 중산층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점도 이번 대책의 한계다. 2006년 기준 봉급생활자의 50.4%, 자영업자의 38%가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

강 장관은 “면세점 이하 저소득층도 부가가치세는 내는 만큼 세금 환급의 대상이 된다”면서 “중산층은 당분간 자체적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버스·화물트럭 등 경유차 사업자의 불만이 수그러들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L당 1800원 초과분의 50%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정작 업계는 충분치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경유값 기준을 L당 1400~1500원으로 정하고 투쟁 중”이라며 “정부가 지원 기준을 L당 1800원으로 정한 것은 현실을 모르는 처사”라고 말했다. 전국버스연합회 관계자는 “경유값이 L당 1033원일 때 요금이 오른 뒤 한 차례도 요금이 인상되지 않았다”며 “그동안의 손실은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정부 대책이 예정대로 시행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세금 환급을 시행하려면 6월 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과 지방세법 등을 고쳐야 하는데, 18대 국회는 개원조차 못하고 있다. 또다시 오일쇼크가 다가오는데, 서민층과 저소득층이 실제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국회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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