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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청소년 창업` 어떻게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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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청년 실업, 신용 불량자 양산 등의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청소년에 대한 경제교육 방식을 손질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학교에서의 경제교육은 대부분 환율.금리.국내총생산(GDP).수출 등의 용어풀이 및 암기 위주이며, 조금 나은 곳에서 외부 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돈이 왜 필요하며, 삶에서 돈이 갖는 의미가 뭔지,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적다.

더구나 `돈은 부모가 버는 것이고 아이들은 손만 벌리면 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강해서 청소년들이 돈과 관련한 일을 했다가는 부모에게 "공부나 하라"는 꾸지람을 듣기 십상이다. 따라서 자립심을 키우지 못한 채 부모에게 돈을 타서 쓰다가 성인이 되어서도 씀씀이가 헤퍼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나타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몇몇 경제단체와 금융회사.언론사들이 `경제교실` 형태의 교육을 시도하고 있지만 경제 현상을 실제로 체험하고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비즈쿨`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공부`라는 공식을 깨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창업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대학에 특기생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경제교실을 다녀왔거나 창업에 성공해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도 현재의 교육방식에 이의를 제기한다. 중학 3학년인 2000년 인터넷 도메인 등록을 대행하는 회사(다드림 커뮤니케이션)를 창업한 뒤 고교생 때 사업자등록증을 받아 국내 청소년 벤처 1호로 불리는 표철민 한국청소년벤처포럼 대표는 "여러 가지 형태의 경제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청소년들에게 실질적인 경제 마인드를 심어주기에는 미흡하다"며 "학생들이 창의성을 살려 창업하고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창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공부만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들어간다`는 식의 고정관념과 주입식 교육이 학생들을 입시 준비에 매달리게 한다.

청소년 창업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아이빛연구소의 황선하 대표는 "청소년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장에 뛰어들지만 자금력이나 마케팅 능력이 뒤지기 때문에 상품화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실제 현장체험을 통해 경제 마인드를 심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서 중앙일보.씨티그룹.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가 함께 진행하는 청소년 경제체험교육(틴틴 이코노미 프로젝트.TEP)은 몇 단계 앞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TEP는 학생들이 직접 창업해 돈을 벌 수 있도록 지원한 뒤 이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이끄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창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팀당 200만원씩 지원하고, 여섯 달 정도 실제로 사업을 해보도록 지도한다. 스스로 사업을 기획하고 경영하되 씨티그룹 금융전문가들이 `지도교사`로 따라붙어 자금관리 기법 등을 가르쳐준다. 또 사업을 잘 해서 남은 이익금은 전액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토록 하는 게 특징이다.

TEP를 주관하는 하자센터 조한혜정 센터장(연세대 교수)은 "청소년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려는 욕망이 강한데도 현행 경제교육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며 "그 결과 부모에 대한 의존도만 높여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제 구실을 못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말했다. 돈의 기능이 무엇이며, 어떻게 벌고 써야 하는지를 체득하는 과정이 중요한데도 우리의 교육.가정환경은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교육이 뒤떨어져 있기 때문에 돈을 최고로 알고 우상화하는 부류와 돈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는 부류의 양 극단을 배출하게 된다는 게 조한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방법만 가르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어릴 적부터 신문배달이나 군고구마 장사 등을 통해 적더라도 직접 돈을 벌어보는 것은 삶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소중한 체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돈을 버는 과정에서 신용의 중요성과 경제 자립의 의미, 협력의 필요성, 인맥의 중요성과 신용사회에 대한 감각을 익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 조한교수의 지론이다.

이종태 경제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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