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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CEO와 Bar Talk] "새우는 새우와 더 잘 통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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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미국산 쇠고기 너나 먹어’. 매일 밤 청계천을 울리는 촛불의 외침은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5월 29일에는 정부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고시했다. 바로 전날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는 시민들의 무리는 더 커졌다.

이를 지켜보는 외국인의 시선은 어떨까. 이명박 정부의 결정이 성급했다는 의견부터 시민들이 감정적인 것 아니냐는 등 다양하다.

쇠고기 이슈와 관련해 현재 가장 주목 받을 인터뷰어는 아마 태미 오버비(Tami Overby)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대표 등 대미무역 관련 인사겠지만 이번 바토크에는 주한 호주뉴질랜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숀 로드리게스 우드사이드 한국지사 대표를 등장시켰다.

쇠고기 이슈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말해줄 수 있으며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쇠고기가 바로 호주산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부각되면서 심심찮게 들리는 말이 있는데,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전 세계 쇠고기가 다 한국으로 밀려올 것이다. 그중에서도 호주산이 제일 이득을 볼 것”이란 말이 많다.

“호주는 당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이득을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분간은 광우병 우려로 쇠고기 소비가 줄어 호주산 소비도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안정화되면 호주산 쇠고기 소비도 점차 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를 비롯한 대다수 호주인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먹습니다. 그러나 호주산 쇠고기가 좋은데 굳이 미국산을 먹지는 않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에서 호주산 쇠고기를 많이 수입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상징인 맥도널드에서도 호주산 쇠고기를 쓰니까요. 호주산 쇠고기는 방목해 광우병 이슈에도 민감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도 호주산 쇠고기는 자국 내 고기보다 좋은 품질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는 미묘한 입장이라서 그런지 미국산 쇠고기가 100% 안전하다, 그렇지 않다고 구체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같은 가격대의 두 고기가 있다면 호주산을 구입할 것이라고 밝힐 뿐이었다.

“한국 쇠고기 시장에서 호주산 쇠고기는 한국과 경쟁하지 않습니다. 미국산이 경쟁자죠. 그러나 품질 면에서는 미국산보다 낫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그는 최근의 촛불시위에 대해 “놀랍다”며 “한국인들은, 특히 한국의 미디어는 유난히 미국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기간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는데 모두가 광우병 이야기만 하며, 특히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고 있는 쇠고기가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관련된 이슈라면 유난히 들썩거리는 것 같다는 얘기다.

사실 호주인인 그가 볼 때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애증은 안타깝기만 하다. “미국과 호주를 비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한국 사람이 볼 때 호주는 너무나 작은 나라일 것이다. 그러나 새우는 새우와 더 잘 통할 수 있지 않느냐.”

그는 한·호주 FTA 체결을 언급하며 새우와 상대하면 적어도 고래(미국) 등에 터질 일은 없다는 비유를 사용했다. 심지어 자원 외교를 할 때도 호주는 열외라며 “이전 정부나 MB정부도 호주를 활용할 줄 모른다”고 일침을 가했다.

숀 로드리게스 회장이 대표로 있는 우드사이드는 호주의 최대 석유·가스 회사로 한국가스공사에 천연가스를, SK E&S와 GS 칼텍스에 석유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에 LNG선을 주문하는 고객이기도 하다.

그는 “한승수 총리가 호주를 먼저 방문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말했다. “한국정부는 호주가 어떤 자원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기름이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선진국은 환경문제를 고려해 호주의 가스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철광석과 LNG 등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가스 수입에 있어 분산정책을 쓰지 못하는데, 포트폴리오 구성을 잘해야 가스 가격 폭등에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은 가스 수입량 중 1%만 호주에서 수입하고 나머지는 주로 카타르 등지에서 수입한다.

그는 일례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비교했다. 2007년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 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 참석에 앞서 서호주의 퍼스를 찾았다. 거기서 4일을 머물고는 우드사이드가 개발할 브라우즈(Browse) 가스전 프로젝트를 확보했다.

반면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호주에 머물 것을 제안하자 “바쁘다”며 거절했다는 것이다. “후진타오는 안 바쁘냐”며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임성은 기자 lseco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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