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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붙박이군에서 동북아 기동군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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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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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8군 사령부를 하와이로 옮기기로 결정한 건 미 육군의 개혁 작업과 맞물려 있다. 미 육군은 1개 여단을 72시간 안에 지구 어느 곳에든 신속하게 투입하겠다는 전략 목표를 갖고 있다. 수송 수단이 발전하고 정보 네트워크를 지구상 모든 곳에 연결할 수 있도록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이다.

그런 만큼 재래식 구조로 짜인 미 8군으로는 새로운 안보 전략을 달성할 수 없다고 미 육군은 판단했다고 한다. 2003년 이라크전쟁 때 미군은 중부사령부가 미국 플로리다주 탬퍼에 위치해 있었지만 원격 지휘로 전쟁을 수행했다. 현재의 미 8군 조직으로는 이런 작전을 수행하기가 곤란한 상태라고 미 육군 관계자들은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시대가 바뀌어 8군의 임무를 한반도에만 국한할 수 없다는 미 육군의 판단이다.

냉전시대에 한반도는 사회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위험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최근 들어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며 안보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성실하게 신고하고 해체까지 할 경우 미국과 북한 관계가 정상화될 가능성도 크다.

이럴 경우 한반도의 군사전략적 중요성은 이전보다는 떨어진다. 반면 미국 측은 중국과 대만 간 대립이 신경 쓰이고, 미얀마·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안보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관계자는 “미 8군 사령부를 한국에 그대로 두어선 동아시아 전체를 지원할 수 없다는 게 솔직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하와이로 옮겨 가는 것을 계기로 미 8군의 임무는 사실상 50년 한국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태평양전쟁 때만 해도 미 8군의 작전지역은 동남아시아까지 대상이 광범위했다.

일각에서는 미 8군 사령부의 하와이행을 놓고 미국의 전략적 중심이 한반도에서 다소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예비역 장성은 “50년 1월 한국과 대만을 방어선에서 제외해 한국전쟁을 유발한 ‘애치슨 라인(Acheson line)’ 당시 분위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안보 불안감을 낳을 수도 있다”며 “정부의 충분한 대국민 후속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성 장군이 지휘하는 8군 사령부가 일단 하와이로 이전해도 미 2사단은 여전히 8군에 소속된다. 8군 사령부의 이전을 앞두고 미 2사단은 미래형 전투부대로 변신 중이다. 8군 사령부가 이전할 2012년에 전시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서 한국 합참의장에게 넘어오면 연합사는 해체된다. 다만 미국은 유엔사령부를 계속 한국에 유지할 방침이다. 또 주한미군사령부는 4성 장군이 지휘하는 ‘한국사령부(KORCOM)’로 바뀌고, KORCOM 사령관은 유엔사령관을 겸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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