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취재일기

대통령·검사장 ‘부적절한 만남’ 부활?

중앙일보

입력 2008.06.05 01:48

업데이트 2008.06.05 10:35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전국 검사장급 검사들을 불러 저녁식사를 한다고 한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초 검사장급 간부들을 만난 이후 5년 만이다.

대검찰청 오세인 대변인은 “청와대 만찬 일정은 아직 유동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는 20일 전국 검사장회의를 대검찰청에서 연 뒤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이 지난해 대선 사건의 공소시효가 완료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날로 잡았다는 말도 나온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는 대통령이 수시로 검찰 간부들을 불러들였다. 당시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권력자 입장에선 검찰이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에 수시로 불러 독려하고 통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은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계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임 초 한 번 검사장급 간부들과 회동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집권기간 내내 이 같은 만남을 갖지는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다른 부문의 성과에 대해선 논란이 있어도 검찰 독립성 부문에선 튼튼한 기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검찰 간부들을 만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의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검사장 회의는 검찰의 수뇌부가 모여 검찰의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다. 검찰의 영원한 과제인 정치적 중립 문제도 이 자리에서 다루게 된다. 검찰의 독립성을 고민해야 할 회의를 청와대 만찬으로 마무리한다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한국 검찰이 검찰 독립성을 얘기할 때 바람직한 준거 모델로 드는 게 일본 검찰이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1976년 록히드 사건으로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를 구속시켰다. 아직 과문해서 그런지 몰라도 일본의 총리가 검찰 간부들을 총리 관저로 불렀다는 사례를 들은 적이 없다. 지역 검찰총장을 선거로 뽑는 미국에서는 검찰간부와 대통령의 만찬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연일 계속되는 쇠고기 촛불시위에다 보궐선거, 대선 사건 수사 등 검찰이 다뤄야 할 정치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검찰 간부들을 만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만 살 것이다.  

김승현 사회부문 기자

▶인물기사 더 보기

▶Joins 인물정보 가기

▶[J-HOT] 사람 잘 안바꾸는 MB '촛불에 기름' 가능성도…

▶[J-HOT] "할렐루야~♬" 개신교 거대 부흥회장 같아

▶[J-HOT] '고유가시대' 내 차 연비의 두배로 달리는 비법

▶[J-HOT] 100년만에 불 꺼지는 인천 '옐로하우스'

▶[J-HOT] 그가 34년째 한 회사에 다닐 수 있는 이유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