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CIA의 심령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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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35년 11월6일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발행되던 밀워키 뉴스지는 그로부터 약 보름전 프라이스 로버츠라는 마을 주민이 공개했던 예언을 뒤늦게 대대적으로 보도했다.70세를 눈앞에 둔 그 노인은 『앞으로 며칠새 여섯차례에 걸쳐 마을에 잇따라 대형다이너마이트 폭발사건이 발생할 것이다.두개의 은행.공회당.경찰서 등이 위험하다』고 예언했는데,신문.방송들이 이를 일축했으나그 예언은 적중했던 것이다.
범인까지 알아맞히지는 못했으나 19세.21세의 두 범인이 여섯번째 범행중 폭사해 더 이상의 폭발사건이 일어날 수 없었던 점도 예언과 일치했다.2년 전에도 노인은 전과자의 명단만 훑어보고 미궁에 빠졌던 살인사건의 범인을 지목하는 등 여러 차례 신통력을 보였으며,자신의 사망일(1940년 1월2일)까지 예언해 그에 관한 이야기들은 아직도 전설처럼 남아있다.
유령이 몸에 붙어 불가사의한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라든가,어떤 물건이든 만지기만 하면 거기 관련된 모든 것을 알아내는 「사이코미트리(psychometry)」따위의 현상들은 비록 과학적으로는 입 증될 수 없지만 우리 인간사회에선 흔히 일어나고 있다.영국작가 콜린 윌슨은 『인간이 종래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주위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력을 배운다면 반드시 경이적이며 광대한 파노라마가펼쳐질 것』이라고 초능력의 미래를 점 치기도 했다.
그같은 초자연적인 능력의 심령술사들을 중요한 기밀을 알아내거나 큰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동원해 보면 어떨까.실제로 그런 사례들은 얼마든지 있다.하지만 그 적중률이 어느 정도나 될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까닭은 대개 실패한 경우는 은폐되고 성공한 경우만 공개돼 왔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20여년간 심령술사를 고용해북한의 플루토늄 소재를 추적하는 등 「비과학적인 첩보활동」을 펴왔음이 밝혀져 화제다.그들 심령술사의 정확성이 불과 15%에머무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하지만 적중률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에 의한 수확들이 과연 첨단 과학장비로도 캐낼 수 없었던 것이냐 하는 점이다.만약 그렇다면 마냥 무시해버릴 수만은 없는노릇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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