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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쪽빛바다에 솟은 1,600여 산호섬 몰디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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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몰디브는 인도양(印度洋)의 풍부한 햇살을 받으며 남북 3,000리에 걸쳐 떠있는 1,600여개의 산호섬(珊瑚島)으로 이뤄졌다.야구경기장 크기의 산호섬들이 연초록과 진남색 바닷물 사이이곳 저곳에 고리모양을 하고 떠있는 모습은 한폭 의 풍경화를 보는듯하다.
몰디브의 자랑은 무엇보다 수심 50의 바닷속까지 들여다보이는유리같이 맑은 물.색색의 산호초 틈새를 비집고 돌아다니는 어른장딴지만큼 큰 물고기들이 평화스럽게 노는 모양을 보고 있으면 마치 큰 수족관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몰디브를 이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파라다이스라고 부르는가 보다.
몰디브는 인구 17만여명의 이슬람 국가.우리는 비좁은 산호섬속에서 일생을 살라고 하면 금방 질식할 것같은 기분이 들겠지만정작 몰디브 사람들은 조금도 부족함없이 평화롭게 살고 있다.
『배가 고프면 코코넛 열매의 속살을 갉아먹고,몸이 아프면 풀잎을 달여 먹는다.우리는 모두 알라신(이슬람)의 축복속에서 행복하게 산다.』50대 낚시배 선장의 얘기다.
몰디브는「물반 고기 반」이란 낚시꾼들의 과장된 표현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세계 유일의 장소이기도 하다.누구나 몰디브에 가면 생애 최대어(最大魚)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필자도 몰디브에서 트롤링 낚시를 하면서 160㎏이 넘는 물고기와 4시간씩이나 사투를 했으니까.헤밍웨이의『노인과 바다』를 연출한 것이다. 그런데 몰디브에 가면 두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그중 하나는 미니섬에 있는 비행장의 활주로 길이가 정상의 절반밖에 안돼 보이는데 서양 부자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대형 여객기들이 사고없이 이착륙을 하는 것이고,다음은 비행장섬 옆에 있 는 몰디브국 수도 말레섬에 최고급 벤츠를 비롯해 자동차가 10여대나있다는 사실이다.달릴 수 있는 공간이라야 동서로 1㎞남짓,벤츠자동차의 주인은 이 나라 대통령이지만 지상에서 가장 불행한 자동차일 수밖에 없다.
몰디브의 몇몇 산호섬에는 현대식 관광호텔이 들어서 있다.이 호텔들은 자가 발전을 하고,해수를 담수로 만들어 식수로 사용한다(일반 주민들은 빗물을 받아먹고 산다).단골 손님들은 선진국의 상류층.그들은 이곳에서 해수욕.수상스키.요트. 스킨 스쿠버.바다낚시등을 하며 휴가를 느긋하게 즐긴다.
몰디브의 국가 주요 재정은 관광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그들은 우리만큼 머리가 안돌아가서 그런지(?) 좀처럼 자원을 파괴하는일이 드물다.그래서 부족한 재정은 같은 이슬람 형제인 중동의 석유 부자나라의 원조로 충당한다.
대통령이 있고 내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부인,국방부 장관은 큰아들이 맡고 있다.이 섬나라에도 바깥세상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만한 일이 두번 있었다.
1970년대 말 우리나라 어선 한척이 몰래 들어와 고기를 잡다가 재수없게 들켜 26명의 선원이 한사람씩 무인도로 끌려가서3개월동안 로빈슨 크루소처럼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사건이다.이나라는 감옥이 없기 때문에 죄인들은 무인도로 붙들려 가 징역기간만큼 혼자서 살게된다.
다음은 1인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 일부가 반란을 일으켰는데 자체진압할 힘이 없어 인도에서 1개중대의 병력을 끌어다진압한 일이다.그 이후 몰디브 사람들은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싶게 옛날로 돌아가 세상과 단절된 별천지에서 평화 롭게 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몰디브를 가는데는 싱가포르와 스리랑카의 수도콜롬보를 경유해 가는 두개의 코스가 있다.스리랑카로 가서 시기리아,캔디의 고도(古都)와 뉴알라에리아의 차(茶)밭을 구경한 다음 몰디브로 향하면 여행 재미가 더 알찰 것이다.
콜롬보에서 이륙한 비행기가 40분쯤 인도양의 망망대해를 날고있을 즈음 문득 발밑으로 무지갯빛 산호섬들이 내려다 보이면 바로 그곳이 몰디브다.
몰디브=김병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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