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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실버] “고객도 고령직원 더 좋아해 영국엔 92세 캐셔도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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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홈플러스 동수원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4명의 실버사원들. 정년퇴직 후 각자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뒤늦게 찾은 안정된 직업이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왼쪽부터 이원건(61)·구영희(58)·박우영(62)·심화자(55)씨. [사진=곽태형 객원기자]

홈플러스 동수원점에서 일하는 박우영(62)씨는 SK그룹의 부장 출신이다. 퇴직 후 주유소 일도 해보고 환경미화원에 지원한 적도 있다. 건설화학 부장을 지낸 구영희(58)씨, KBS 수원센터에서 일하다 퇴직한 이원건(61)씨 역시 박씨의 직장 동료다. 집안일만 하다가 입사했다는 심화자(55)씨는 “생전 처음 내 힘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 3월부터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한국과 영국 기업의 합작 업체인 대형 할인점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고령자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3월부터 시범적으로 50대 이후의 실버 사원 20여 명을 채용해 전국 각 매장에 투입했다. 5월 말 현재 200여 명을 새로 뽑아 교육중이다. 특히 최근 이랜드 그룹 계열인 홈에버를 인수해 전국의 매장 수가 66개에서 102개로 늘어남에 따라 고령 인력 채용은 그 규모가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일반 기업처럼 이 회사의 정년도 55세로 정해져 있지만 정년을 채우는 직원은 거의 없다. 대다수의 젊은 층이 ‘3D’ 업종이라며 떠나기 때문이다.

고객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고령자 채용이 효과적인 것이 증명됐다. 고객들이 “고령 인력이 매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 “매장의 분위기가 더 부드러워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올해부터 신규 채용되는 고령 인력들을 모두 정식사원으로 대우하기로 했다. 각종 보험 가입은 물론 경조사 때도 지원하는 등 복리후생의 혜택을 골고루 받을 수 있다. 1년을 근무하면 15일의 휴가도 얻는다. 65세가 넘어도 본인이 원한다면 계속 일할 수 있게 한다는 규정도 만들었다. 영국 테스코 본사의 한 매장에서는 92세의 노인이 캐셔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는 고령 인력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근무 가능한 직무를 구분하고, 시니어가 선호하는 근무 시간대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일단 채용해 매장에 투입한 이후에도 체력적 부담이나 개인적 고충 같은 애로사항에 대해 상담을 통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지원을 제공하는 ‘후견인 제도’를 마련했다.

글=정규웅 객원기자(jqw917@hanmail.net), 사진=곽태형 객원기자(knalt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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