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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자동차주,‘미끄럼 환율’에 비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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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치솟는 환율 덕을 톡톡히 봤던 정보기술(IT)·자동차 등 수출주가 연이은 악재를 만났다. 원-달러 환율은 2일 1022.7원까지 떨어진 데 이어 3일엔 1010원대에서 움직였다. 지난달 7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여기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고물가로 세계 시장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주요 투자은행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내려가면서 신용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1.52% 급락한 1819.39로 장을 마쳤다. 삼성전자(-3.03%)·LG전자(-3.85%)·현대차(-4.92%) 등 주요 수출주는 더 떨어졌다.

◇환율 효과는=대우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자동차 업종 주식은 원-달러 환율이 940원 이상일 때는 항상 전체 시장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환율이 940원을 넘기기만 하면 한국 자동차업체가 물건을 내다 팔기에 큰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일본과 경쟁하는 디스플레이는 원-엔 환율이 100엔당 920원 이상일 때 늘 시장을 이겼다. 4~5월 두 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1010원선이다. 아직까지 환율은 이들 업종 편이란 얘기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다. 대우증권 이원선 수석연구위원은 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이 980원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굿모닝신한증권은 3분기 평균 환율이 987원까지 내려간 뒤 4분기에는 948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높은 환율이 유지된다고 반드시 좋은 건 아니다. 국내 기업은 대부분 외화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외화 자산이 부채보다 많은 곳은 33%에 불과하다. 환 헤지 파생상품으로 인한 손실도 커진다. 금융감독원이 추정한 수출기업의 옵션 거래 손실은 2조5000억원 규모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대우증권 이 위원은 “이를 모두 합쳐도 제조업체의 순외환비용은 전체 매출액의 1% 남짓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 유지될까=수출주의 환율 수혜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주장도 있다. 한화증권 용대인 연구원은 “자동차 업종의 경우 원화 약세에만 의존하던 ‘천수답’ 상승세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제는 고유가로 인한 국내외 수요 감소에 눈을 돌릴 때가 됐다는 것이다. 용 연구원은 “내수 판매는 아직까지 별 타격이 없는 것 같지만 이는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환율 상승으로 벌어들인 돈을 내수 마케팅에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수출은 지난달 판매 실적이 한 해 전에 비해 3.6% 감소한 상태다.

IT 업종은 종목별 차별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지수 연구위원은 “TV용 LCD 패널은 삼성전자를, 가전은 LG전자를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수출주가 내수주보다는 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현대증권 서용원 리서치센터본부장은 “환율 효과가 있는 데다 업황도 다른 업종에 비해 나은 IT·자동차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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