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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캐리’ 따라하기! 싱글녀 마케팅 달아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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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영국산 명품 구두 마놀로블라닉의 홍보담당자 김은영(27)씨는 요즘 정신 없이 바쁘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미드(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가 영화로 만들어져 5일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주인공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 분)가 신고 나온 자사 구두를 마케팅하는 작업이다. 지난달 23일부터 서울 삼성동 한 극장 앞에서 열고 있는 구두전시회에는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몰려들었다. 3주 정도를 생각하고 준비한 경품 응모권이 사흘 만에 동나 세 번째 인쇄에 들어갔다. 김씨는 “예약 주문만 수십 건이 들어왔다”며 “드라마에 나왔던 제품을 두 달은 기다려야 살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 ‘섹스 앤 더 시티’가 패션과 외식 업계를 흔들어 놓고 있다. 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에는 국내 업체들의 공동 마케팅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패션업체들은 주인공들이 착용한 가방과 신발 홍보에 여념이 없다. 업계는 이 작품이 또 한바탕 ‘뉴욕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판 소비 교과서=이 드라마는 2004년 케이블방송을 통해 국내에 소개된 이후 20, 30대 싱글 여성들의 소비 지침서 역할을 해왔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자신을 치장하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 문화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뉴욕 스타일의 외식·패션 문화가 새로운 소비 코드로 떠오른 것도 미드의 영향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 자리 잡은 주말의 브런치(아침 겸 점심)문화다. 드라마 주인공 4명이 주말이면 만나 브런치를 나누며 일상사를 얘기하는 장소를 본뜬 브런치 카페가 2005년을 전후해 서울 청담동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동을 중심으로 속속 문을 열기 시작했다. 2006년 문을 연 청담동 그래머시 키친의 홍재경 점장은 “브런치 고객의 절반 이상이 서너 명씩 어울려 오는 싱글들”이라고 말한다. 주인공 캐리의 패션 소품들은 인기리에 팔려 나갔다. 2005년 수입된 구두 브랜드 마놀로블라닉과 지미추가 대표적이다. 지미추 이아연 홍보주임은 “드라마 덕분에 거의 홍보를 하지 않고도 널리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이런 효과를 학습한 업계가 극장판 개봉이라는 호재를 놓칠 리 없다. 20, 30대 여성을 주고객으로 삼는 명품 브랜드, 외식 업체들은 일제히 싱글녀 마케팅에 돌입했다. 시네마서비스와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브랜드는 할리스·메이크업포에버·하나투어·올리브영 등 15개나 된다. 시네마서비스 측은 “자체적으로 극장 예매권을 사 영화 마케팅을 하는 업체가 50여 곳 정도 된다”고 덧붙였다.

세계적 크리스털 제품 메이커인 스와로브스키 오스트리아 본사는 최근 120여 개국 지사에 ‘섹스 앤 더 시티’ 마케팅 지침을 내려 보냈다. 매장에서 30만원 이상 제품을 사는 고객에게 영화 예매권을 준다는 내용이다. 본사 차원에서 드라마 주인공들이 들고 나온 자사의 가방과 반지·목걸이를 전시용으로 제작해 매장에 보내오기도 했다.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은 6월 한 달 동안 영화 제목을 본뜬 ‘쇼핑 앤 더 시티’ 패키지를 내놓았다. 싱글 여성들이 친구들과 함께 호텔에 묵은 뒤 영화를 보고, 신세계 본점의 디저트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이 호텔 안주연 계장은 “영화 개봉에 맞춰 미혼 여성들의 최대 관심사를 모두 묶은 패키지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된장녀 양산’ 비판도=일각에선 ‘섹스 앤 더 시티’가 미혼 여성들의 허영심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월세 낼 돈도 없으면서 명품 구두를 사 모으는 주인공의 소비 행태를 너무 미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미혼 직장인 정성철(34)씨는 “‘섹스 앤 더 시티’는 허영심 많은 여자, 이른바 ‘된장녀’ 문화를 만들어냈다”며 “명품 소비를 조장하는 데 대해 거부감이 든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미국 케이블방송 HBO가 제작한 드라마. 뉴욕을 배경으로 전문직 여성 네 명의 삶과 사랑을 담은 트렌디 코믹물이다. 1998년 첫 전파를 탄 뒤 2004년 종영되기까지 200여 개 나라에서 3900만 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선 2004년부터 유선방송인 온스타일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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