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루얼음이 세상을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순간 제빙기 스노우폴은 정수된 수돗물을 순식간에 가루얼음으로 만든다.
각얼음을 받아 빙삭기로 갈 필요가 없어 경제적이다.[사진=카멜프레스]

70년대까지 얼음 하면 큰 덩어리 얼음을 생각했다. 공장에서 가져온 얼음 덩어리를 톱으로 썩썩 잘라 물을 줄줄 흘리며 배달하는 장면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80년대, 각얼음이 등장한다. 그 후 지금까지 30여 년간 각얼음이 없으면 못사는 세상이 됐다.

집에서는 냉장고에서, 식당 등에서는 제빙기로 각얼음을 만들어 사용한다. 제빙기가 없는 식당에서는 봉지얼음(각얼음이 든 봉지)이라도 사서 쓴다. 식당이든 가정이든 조리 과정에 얼음이 필요하다면 각얼음을 얼려 사용하는 추세다. 냉면·콩국수, 냉커피 등 냉음료에는 무조건 각얼음을 쓰고 있고 하물며 남성 화장실에도 제빙기로 만든 각얼음을 갖다 붓는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제 각얼음의 시대가 종말을 고할지도 모른다. 손쉽게 가루얼음을 만드는 새로운 제빙기가 개발돼 보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디이노아이스의 ‘스노우폴’(www.snowfall.asia)이다.

지난 주말 오후 경기도 분당의 제과점 ‘레삐또르’. 팥빙수를 시키자 제과점 한쪽에 있는 작고 예쁜 가루얼음 제빙기에서 눈꽃 같은 얼음을 퍼 담더니 팥을 얹고 연유·딸기 등을 듬뿍 올려 내놓는다. 먹어보니 기존 팥빙수와는 식감이 완전히 달랐다. 씹히는 맛이 없었다. 입안에서 스르르 눈이 녹는 듯했다. 너무나 부드러웠다. 양도 풍부해 배가 부른 듯했다.

이 제빙기가 스노우폴이다. 스노우폴에는 냉각드럼을 이용한 순간제빙 기술이 적용됐다. 냉각드럼에 냉매를 쏘아 드럼의 온도를 순식간에 영하 40℃로 내린다. 여기에 물이 닿으면 순간적으로 얼음이 두껍게 얼고 이를 긁어내 가루얼음을 생산한다. 이는 국내 등록된 특허 기술이다. 해외에도 출원한다.

무엇보다 제빙속도가 놀랍다. 일반 각얼음 제빙기는 물을 얼리는데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스노폴은 70초 만에 얼음이 생산된다. 제빙에 별다른 추가 장치가 필요 없다. 수돗물에 연결하면 필터를 거쳐 정수 된 물이 얼어 가루얼음이 생산된다. 일반 생수통의 물도 바로 연결해 사용한다.

제빙력이 좋아 우유나 막걸리, 냉면용 육수, 콜라, 과일음료 등도 쉽게 얼려 가루 얼음을 얻을 수 있다. 떠먹는 막걸리나, 퍼먹는 우유·딸기 등도 그래서 만들 수 있다.

깨끗해서 웰빙 먹거리를 추구할 수 있다. 정수기로 각얼음을 만들 경우 계속 사용하는 과정에 밑에 찌꺼기가 쌓일 수도 있다. 봉지얼음은 어떤 물을 얼렸는지 소비자가 알 수 없고 운반과정에 오염될 우려도 있다. 스노우폴은 정수 된 물이나 생수 등을 바로 연결해 가루얼음을 생산하므로 깨끗한 얼음을 얻을 수 있다.

딸기나 녹차, 레몬 음료를 사용할 경우 빨갛고 노랗고 파란 가루얼음이 생산된다.

유지비가 싸다. 제빙기는 24시간 켜둬야 한다. 위에 언 얼음을 거둬내면 또 얼려야 하고 끄면 얼음이 녹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기료가 만만치 않다. 스노우폴은 즉시 얼음이 생산되므로 필요할 때만 켜면 된다. 많이 사용해도 월 4만~5만 원이면 된다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원가를 크게 줄여준다. 팥빙수 만들 때를 보자. 각얼음이 든 봉지얼음은 한 봉지에 2000원 정도 한다. 한 봉지로 빙수 6그릇 정도를 생산할 수 있어 하루 60그릇을 팔 경우 얼음 값만 2만 원이 든다. 스노우폴은 60그릇 생산에 물값과 전기료 등 670원 정도만 든다. 하루 1만9330원, 한 달에 57만9900원의 얼음 값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스노우폴은 다른 제빙기보다 가격도 싸다. 국내 제빙기 시장은 외국산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하루 180㎏ 정도를 생산하는 제품의 경우 300만~500만 원은 한다. 스노우폴은 210㎏ 생산능력에 260만 원 정도다. 각얼음을 갈아 가루얼음으로 만들려면 여기다 빙삭기가 더 필요하다. 갈 때 나오는 쇳가루가 문제가 되고 비교적 안전한 빙삭기는 150만 원 이상은 줘야 한다.

가루얼음은 각얼음보다 요리 시 쓰임새가 다양하다. 눈이 잘 녹지 않듯이 가루얼음은 공기 중에서는 각얼음보다 잘 녹지 않는다. 입자가 물을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그러나 주스 등에 넣으면 각 얼음보다 잘 녹아 물의 온도를 순간적으로 내릴 수 있다.

“냉면이나 콩국수에 각얼음을 넣을 경우 처음에는 얼음이 녹지 않아 차갑지 않다. 다 먹을 무렵이면 차가워진다. 반면 가루얼음을 넣으면 수온이 순간에 내려가고 0℃ 이하로 내려가면 더 이상 녹지 않아 가루얼음의 일부가 둥둥 떠있어 운치를 더한다.” 정희철 사장의 말이다.

가루얼음은 횟집에서 회 밑에 까는 무 대신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얼음의 색깔을 내면 회 쟁반을 보다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 이밖에 슬러시·스무디·눈꽃소주 등 용도는 매우 넓다.

정 사장은 “가루얼음을 사용하면 음식 개발 능력에 따라 각얼음보다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080-483-1000

조용현 객원기자 jowas@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