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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모션 애니’색종이가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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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맞대고 콘티를 짜는 동안 한켠에선 배경으로 쓸 그림 그리기가 한창이다. 색종이를 접어 사람모양을 만들더니 이내 촬영에 들어간다. 색종이 인형을 이용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지난달 27일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에 위치한 흥도초등학교를 찾아 꼬마 ‘미야자키 하야오’들을 만나봤다.


전교생 77명… 특성화반 운영
  SICAF(Seoul International Cartoon & Animation Festival :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축제) 어린이 애니메이션 영화제 2년 연속 우수학교상 수상. 2008년 종합우수상·동상·우수지도교사상 등 4개 부문 석권. 흥도초등학교 애니메이션 특성화반 어린이들의 수상실적이다. 특성화반을 운영한 지 갖 1년, 전교생 77명의 작은 학교가 거둔 놀라운 성과다.
  학교는 현재 3개 반으로 나눠 애니메이션 교실을 운영 중이다. 기본반은 방학 직전 열리는 캠프에 전교생이 참여해 제작기초를 배운다. 심화반은 3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특성화반은 심사를 통해 선발된 3~6학년 20명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수업은 전문 교육과정을 거친 외부강사가 진행한다.
  이규운(59) 교장은 “자신의 생각과 상상력을 그림, 음향, 동영상 등으로 표현하는 애니메이션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력, 기획력을 길러주는 데 최고”라며 “미디어 세대에 부합하는 특성화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20명의 특성화반 학생들은 4개 조로 나눠 애니메이션 제작에 들어갔다. 남학생들로 짜인 ‘세븐조’의 작품은 축구경기에서 골을 넣는 장면. 저학년 여학생들이 모인 ‘킹왕짱조’는 자신들이 주사위 놀이를 하는 모습을 촬영해 애니메이션으로 엮기로 했다. 들판에서 뛰어노는 소녀, 혀를 날름 내미는 햇님도 어린이들의 손을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아이디어회의부터 콘티제작, 배경제작과 촬영·편집까지 어린이들의 몫이다.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교 뽑혀
  박희준(흥도초5)군은 “내가 만든 애니메이션이 (모니터에)나오는 걸 보면 신기하다”며 “재밌는 작품을 만들어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을 가장 좋아한다는 전현진(흥도초3)양은 “커서 훌륭한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만드니 성취감도 크다. 이영미(45) 교사는 “한 모둠이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작품 정도를 완성한다”며 “아이들이 함께 작업하며 협동심을 배우고 완성된 작품을 보며 큰 성취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사실 흥도초교의 자랑은 애니메이션 특성화반 만이 아니다. 일찌감치 학년별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방과 후면 학교에는 바이올린·공예·풍물 등 다양한 배울 거리가 펼쳐진다. 덕분에 1학년 학생도 오후 4시가 다 돼서야 교문을 나선다고. 이우영(47) 교감은 “한 학생이 10가지 재능을 익히고 그중 하나의 특기를 갖는 ‘10+1 재능교육’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또 다양한 예절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성을 길러주는 것 또한 우리학교만의 전통”이라고 소개했다. 흥도초교는 이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에 힘입어 지난 해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은 학교의 큰 도전. 미래의 애니메이션 거장을 향한 고사리 손의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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