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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偉憲입법은 피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5.17과 관련해 정치권(政治圈)과 사법부가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대통령은 5.17특별법 제정을 여당에 지시했고,헌법재판소는 5.17 불기소처분을 취소할 것이라 한다.또 5.17특별법이 제정되는 경우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측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이래저래 헌법재판소만 바쁘게 됐다.
사실이지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가 신문보도와 같이 불기소처분을취소하고 검찰이 이에 따라 기소한다면 굳이 소급입법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그렇지 아니하고 특정인을 소급처벌하는 법률을 만든다고 한다면 다시 헌법재판소가 바빠질 것이 예상된다.
정치권이 위헌(違憲)법률을 양산(量産)해 헌법재판소의 업무량을 과중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당연히 위헌이 될 법률을 제정해 헌법재판소를 괴롭히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예를 들면 통합선거법이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劃定)에 있어 인구의 등가성(等價性)을 무시해 6대 1의 인구편차(偏差)를 가져온 것은 국내 학설과 외국 판결을 무시한 것으로 당연히 위헌판결이 나올 것이었는데도 위헌입법을 감행해 헌법 재판소의 결정을 받게 한 것은 정치권의 입법권 남용이라 하겠다.
검찰의 5.17 불기소처분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만 개정해 법원에 재정신청(裁定申請)을 할 수 있게 했다면 이 문제는 이미결정났을 것이다.국가 최고기관의 하나인 헌법재판소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일일이 심사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의 위상(位相)을 격하(格下)시키는 것이요 국력낭비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검찰이 5.17 고발사건을 빨리만 처리했던들 공소시효 도과(徒過)문제는 없었을 것이고,검찰이 정치권의 의사를 무시했다고 가정한다면 당연히 기소했을 것이다 .
정치권이 역사의 심판에 맡긴다고 했기에 정치적 중립성이 없는검찰이 불기소 처분했을 것이다.이제 정치권의 의사에 따라 다시공소제기를 한다고 하면 검찰의 체면은 말이 아니게 될 것이다.
정치권은 검찰이나 법원에 예단(豫斷)을 주는 언급은 삼가야 하며,검찰이나 법원은 헌법.법률과 양심에 따라 공소를 제기하고판결해야 하겠다.
5.16이나 5.17 등 헌정(憲政)파괴행위자에 대해 엄중처벌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국회는 다시는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도록 헌정파괴 행위자와 대량살상 행위자에 대해 처벌하는법률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이러한 반국민적 활동 이나 반인도적행위에 대해 엄벌에 처하고 공소시효를 부정하는 것은 필요하고도바람직하다.
그러나 소급입법(遡及立法)이 돼 위헌심사를 받는 일이 없도록면밀한 검토를 해야 하겠다.소급입법이라 해 위헌이 선언된다면 좋은 입법의 정신마저 흐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정치권이 헌법을 무시하고 정치를 하는 경우 그러한 행위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통제받게 될 것이다.행정권(行政圈)이 법률을 무시하고 행정을 하는경우에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통치행위이기 때 문에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낡은 이론이다.
정치권은 검찰의 중립성과 사법권의 독립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입법을 해야 한다.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찰의 모든 불기소처분에대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헌법재판소법도 개정해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憲法訴願)의 대상 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위헌입법을 하지 않아야 하며,헌법재판소는 보다 신속히 보다 과감하게 위헌결정을 해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해야 한다.정치권의 의사가 검찰권의 행사나 사법권의 행사에 영향을 주는일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국가기관도 헌법과 법률을 존중해 이땅에 입헌주의와 법치주의를꽃피워야 할 것이다.
(서울대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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