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허드슨 사후10년 미국 유명인사 수십명 에이즈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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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0년전 59세의 미남배우 록 허드슨이 에이즈환자로 밝혀진 후 10주만에 사망하자 전세계 팬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그의 팬들은 60편이 넘는 영화와 TV 드라마에 출연했던 이 은막의 스타가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에 경악했다.당시만 해도 8천명정도에 불과했던 에이즈 환자들은 대부분 동성연애 남자들이었다.
허드슨의 발병으로 에이즈는 그의 유명세를 타고 국가적인 관심사가 됐다.
그러나 허드슨의 죽음은 효과적인 경고가 되지는 못했다.근착 피플지에 따르면 그가 사망한 뒤 미국에선 25만명이 에이즈로 그의 뒤를 따랐고 매년 4만명의 새로운 환자가 생겨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내에서만 대략 100만명이 에이즈에 감염됐다고 추정한다.10년전인 초창기와 달리 이제는 인종과 성.나이를 불문하고 에이즈로부터 안전한 사람은 없다는 얘기다.배우겸 감독인폴 마이클 글레이저의 부인 엘리자베스의 경우가 그런 예다.
임신중이던 81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혈을 통해 에이즈에감염된 그녀는 자연스럽게 딸을 낳고 수유도 했다.그러나 딸이 죽기 2년전인 86년에야 자신의 감염사실을 뒤늦게 눈치챘다.그녀는 딸의 죽음을 계기로 아동에이즈재단을 설립했 고 지난해 자신이 사망할 때까지 8년간 4,000만달러를 모금했다.
그렇지만 대중의 인기에 민감한 스타들이 에이즈 감염사실을 고백한다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다.TV드라마 『건 스모크』에 20년동안이나 출연한 여배우 아만다 블레이크는 에이즈에 걸린뒤마지막 2년을 친구의 목장에서 숨어지내야 했다.
그녀의 친구는 그녀가 은퇴한 뒤에도 『사람들이 내가 에이즈에걸렸다는 것을 알면 도대체 어떤 일이 빚어질까』라며 공포에 떨었다고 전했다.
토니 퍼킨스 역시 92년 60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철저하게 자신의 에이즈 감염사실을 비밀에 부쳤다.그의 부인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다시는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입조심을 시켰다고 말했다.
88년 49세의 나이로 사망한 최초의 흑인 앵커 맥스 로빈슨이나 91년 불과 41세에 사망한 『미드나이트 런』의 브래드 데이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91년 45세의 나이로 사망한 퀸의프레디 머큐리는 사망 하루전에야 감염사실을 인정 했고 리버레이스는 87년 67세로 사망한뒤 검시관에 의해서야 사인이 드러났다. 『코러스 라인』으로 토니상을 수상한 감독 마이클 베닛,『댈러스』의 댁 램보,테니스 스타 아서 애시 등이 모두 비밀을간직한채 사라져 갔다.유명한 무용가 루돌프 누레예프 등 지난 10년간 미국 유명 배우 수십명이 에이즈로 사라졌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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