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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깊이 읽기] '범죄·자살 수법 보도' 더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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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방송위원회는 지난 4일 범죄 관련 보도에 신중을 기할 것을 KBS.MBC.SBS 방송 3사에 '권고'했다. 범죄 보도가 선정적이고 흥미 위주로 다뤄질 뿐 아니라, 수법을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해 모방 범죄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예를 들어 '로봇팔 절도 범죄' 를 소개하면서 CCTV 자료.재연 화면.컴퓨터 그래픽을 총동원해 범죄 수법을 '친절히'알려줬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뉴스의 취사 선택은 방송사의 몫이다. 그럼에도 방송위가 권고 결정까지 내리게 된 건 영상이 일반 대중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과 파급력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9일 일부 방송사의 자살.범죄 관련 보도는 방송위가 제기했던 고민과 문제를 다시 생각케 했다.

우선 SBS 8시 메인 뉴스의 자살 관련 보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난 성인 남자 세 명이 동반 자살을 시도했다는 내용이다. 방송은 이들이 만난 과정과 자살 수법에 초점을 맞췄다. 차량에 시동을 켜 놓고 → 배기구를 호스로 연결한 채 → 뒷 창문을 살짝 열고 끼우고 난 뒤 → 가스가 샐까봐 청테이프로 고정시키는 자살 방법이 화면을 통해 그대로 노출됐다.(사진) 기자는 "경찰은 이들이 배기가스를 이용해 고통없이 자살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인터넷에서 얻었다고 밝혔습니다"라고 말해 굳이 '고통없이'란 표현을 집어넣었다. 뉴스 후 인터넷 게시판에 "오늘도 자살을 생각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는 이들에게 좋은 정보가 된다는 걸 생각해 봤느냐"라는 항의 글이 올라온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또 같은 날 KBS 메인뉴스.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신종마약을 거래하려던 일당이 검거된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는 범죄의 과정과 수법의 장점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거래 상대자와 인터넷 채팅방에서 일단 접촉을 한 뒤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거래 조건을 흥정했습니다.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할 경우 국제 전화요금 등 통신비도 들지 않는 데다 서로 접촉했다는 증거도 남지 않아 그 어느 통신수단보다 비밀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뉴스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수위와 방법을 놓고 방송사 역시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그러나 자살.마약 등 '민감한' 보도에 있어 화면을 내보내기 전 방송위의 '권고'내용을 다시 한번 숙지해야 하지 않을까.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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