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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 "겨울나기가 두렵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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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의 월동준비를 총지휘하는 정무원(내각)의 강성산(姜成山)총리가 요즘 가장 신경쓰는 지역은 평북 신의주와 황해도 일대다.날씨는 갈수록 추워지는데 지난 7월 대홍수로 수천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이 지역에 대한 구호품 수송은 굼뜨기샤 짝이 없기 때문이다.수재민들에게 절실한 모포와 방한용 겨울옷의 절대량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유류난으로 구호품 수송이 제때 이뤄지지않고 있다.
북한 정무원은 첫서리가 내린 지난 10월중순 일찌감치 월동대책을 하달했다.각급 기관별로 시달된 이 월동대책은 월동용 석탄및 김장용 배추 공급을 보장하는 한편 가스중독등 겨울철 사고방지를 골자로 하고 있다.북한 전문가인 이항구(李 恒九)씨는 월동준비로 가장 고생하는 것은 북한 여성들이라고 말하고 있다.코끝이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북한의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연탄과김장준비가 요긴한데 두가지 모두 주부들의 몫이라는 것.
우선 연탄만 하더라도 북한당국은 구공탄을 배급하는 것이 아니라 석탄을 그대로 배급한다.따라서 주부들은 이 석탄을 직접 진흙과 배합한 후 아파트마다 비치된 연탄틀을 이용,일일이 연탄을제조해야 한다.또 사철 싱싱한 배추를 구입할 수 있는 서울 주부들이 평균 10포기 내외의 김장을 담그는 반면 평양 주부들은80~90포기 가량의 김장을 한다.이밖에도 대부분의 평양주민들은 이때쯤이면 큰맘 먹고 방한용 누비옷과 모자를 농민시장에서 하나씩 장만한다.대동강에서 불어오 는 겨울바람이 워낙 강해 털달린 모자없이는 지내기 힘들다.물론 두툼한 스웨터가 겨울철 최고 인기 품목이다.그러나 중국을 통해 유입되는 스웨터 한벌 가격은 물경 600~900원선.북한 노동자 평균월급이 100원인것을 감안할 때 엄 청난 고가품이 아닐 수 없다.
귀순자들은 북한의 청춘 남녀들에게도 겨울은 괴로운 계절이라고말하고 있다.봄.여름.가을철에는 야외에서 데이트할 수 있는데 추운 겨울철에는 그나마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결국 젊은 데이트족이 찾아가는 곳은 주택이 밀집한 골목길이다.
남의 이목을 피할 수 있는데다 남녀가 따뜻한 굴뚝에 몸을 기대고 몸을 녹이면서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굴뚝 데이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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